국내 연구진이 금속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압력용기 소재 안전성을 더욱 높일 기술을 구현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강석훈 재료안전기술개발부 박사팀이 3D 프린팅에 활용할 수 있는 SMR 압력용기용 금속 분말 소재를 개발하고, 성능을 검증하는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류호진 교수팀과 금속 분말 소재 전문 제조 기업인 하나에이엠티(대표 김홍물)와 공동 협업한 결과다.
최근 원전 부품 산업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원자로와 같이 복잡한 구조의 정밀한 부품을 이음새 없이 설계·제조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주조·가공 처리가 필요 없는데다 재료의 손실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서는 3D 프린팅 장비뿐 아니라 필수 소재인 금속 분말과 프린팅을 최적화하는 공정 기술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연구진은 SMR 압력용기 소재를 만들기 위해 3D 프린팅 전용 금속 분말 개발에 나섰다. 원자로 압력용기 소재는 비교적 높은 탄소 함량을 가지고 있어 3D 프린팅용 미세 분말로 만들기 어렵다. 분말의 유동성이 낮아 노즐을 통과하기 어렵고, 분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쉽게 산화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가스분무공정 개선을 통해 원자로 압력용기 제작에 쓸 수 있도록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둥글고 고른 형상의 3D 프린팅용 미세 분말을 제조했다. 가스분무공정은 열로 녹인 금속에 불순물 유입과 산화 등을 차단하기 위한 불활성 가스를 분사해 분말을 만드는 공정이다. 연구진은 기존 공정보다 개선된 방법을 사용했다. 특히 소용돌이형 노즐을 이용해 가스 분사 중 분말 크기를 미세하게 제어해 유동성을 개선했다.
이후 3D 프린팅 방식(L-PBF) 빔 에너지, 스캔 속도, 열 양을 조절해 충격 흡수율이 우수한 소재를 만드는 최적 공정 조건을 도출했다.
영하 196℃ 저온부터 영상 80℃ 고온까지 실제 압력용기용 소재와 충격 흡수율을 비교 평가해 우수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실제 압력용기용 소재는 영하 75℃ 부근에서 쪼개졌지만 새롭게 제조한 3D 프린팅 소재는 영하 145℃ 부근이 돼서야 쪼개졌다. 금속이 깨지기 쉬운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한 것이다. 이를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낮을수록 금속의 안전성은 높아진다.
원전 가동 시 원자로 압력용기는 내부 핵분열에 의해 중성자에 노출되며, 점점 깨지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따라서 중성자 노출에 오래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압력용기가 필요하다. 천이온도가 70도가량 낮아짐에 따라, 현 상용 원자로 설계 수명을 40년으로 가정할 때, 80년 이상의 초장주기 중성자 조사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3D 프린팅 기반 제조 기술 표준화와 규제기관의 인허가 획득에 힘쓸 계획이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SMR 설계뿐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 선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3D 프린팅용 분말 소재는 향후 SMR을 비롯해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는 각종 원자로 부품 제작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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