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2차원(2D) 현미경을 3차원(3D)으로 바꾸는 광학 모듈을 개발했다. 기종과 상관없이 모듈만 부착하면 3D로 전환한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고가 3D 현미경의 대안으로 주목된다.
에스디옵틱스(SD OPTICS)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반 렌즈를 활용한 3D 디지털 광학 모듈 '와이즈토포(WiseTopo)'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존 현미경 이 미지센서 대신 모듈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이 제품은 초점이 고정된 2D 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특징이다.
촬영 시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인식되는 범위를 피사계 심도(DoF)라고 하는데 2D 현미경은 DoF가 매우 제한적이다. 위에서 평면은 잘 볼 수 있지만 검사물의 정확한 형태나 높이 변화는 쉽게 감지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작업이나 Z축(높이) 모터로 초점을 다시 맞춰야 하는데 번거롭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에스디옵틱스 모듈은 독자적인 '초고속 가변초점' 렌즈 기술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것이 핵심이다. 모듈에 적용된 가변초점 렌즈에는 수천개의 미세 거울(마이크로미러)이 들어 있다. 미세 거울이 각자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별도의 Z축 이동 없이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3D 이미지와 각종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다. 에스디옵틱스 가변초점 렌즈는 세계적인 광학 회사 칼자이스의 디지털 3D 현미경(비저너 1)에도 적용된 바 있다.
에스디옵틱스 제품은 또 기존 현미경 이미지센서를 떼어내고 모듈을 장착할 때 필요한 고정 마운트 규격으로 'C마운트'를 채택, 범용성을 높였다. 다수 현미경이 이 규격을 채택하고 있어 브랜드 기종과 상관없이 에스디옵틱스 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피사계 심도 확장 기능 △모든 영역에서 초점을 맞추는 실시간 '올인포커스' △원하는 영역의 초점을 자동으로 맞추는 '패스트 오토 포커스' △샘플을 움직여도 초점을 유지하는 실시간 '멀티 포커스 록' 기능 등을 제공한다.
고속 3D 스캔 기능으로 대상체를 좀 더 직관적인 3D 형상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에스디옵틱스가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SW)를 활용, 기존 설계된 3D 데이터와의 실시간 비교도 가능하다. 각종 3D 기능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에스디옵틱스는 이달 말 개최되는 세계 최대 광학 전시회 '포토닉스 웨스트 2023'에서 제품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 2D 현미경의 3D 교체 수요가 대상이다. 지난해 기준 광학 현미경 시장은 26억달러(약 3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D 현미경이 70% 이상이다.
정경석 에스디옵틱스 부사장은 “기존 2D 현미경을 고가 3D 현미경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혁신 기술로, 3D 현미경 대중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자평한다”면서 “향후 바이오용 현미경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도록 성능과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