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기업 투자에 세액 공제를 최대 25%+α로 파격 확대하고 다양한 세제 지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 전문가로서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대만, 중국 등은 반도체 산업을 글로벌 기술 패권으로 인식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무기 삼아 반드시 산업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미국, 반도체를 통해 산업 수준을 전체적으로 한 단계 높이겠다는 중국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인력·투자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하는데 반도체가 초소형화·고집적화·다기능화되면서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산업으로 여겨진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처음에는 투자 비용 때문에 어렵더라도 나중에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의 세제 지원 확대는 지금 당면한 형편이 어렵더라도 거위를 잘 먹여서 황금알을 많이 낳게 하겠다는 묘수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파격적이며, 그만큼 반도체 산업 발전을 바라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함을 알 수 있다. 세제 지원은 설비 투자의 25~35%, 연구개발(R&D) 비용의 30~50%로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다. 유턴 기업 세제 지원 강화,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비 세제 지원 신설 등과 맞물려 반도체 산업이 계속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도 매우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시장 상황이 불안정하던 차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도 쭉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 작게는 반도체 산업과 연관된 전자·소재·장비·자동차 등 산업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 경제가 다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파격적 지원에 대해 반도체 업계 전체가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도 앞으로 풀어야 할 여러 숙제가 놓여 있다. 특히 이번 조치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이 영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기틀을 이번 기회에 확립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기술·인력·투자 가운데에서 정부가 투자에 대해 한시름 놓게 해 줬으니 이제 반도체 업계가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선진국에 휘둘리지 않고 반도체 산업이 쭉쭉 뻗어 나가기 위해서 다른 나라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 양쪽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핵심 기술 인력을 충분히 양성해야 한다. 새해에는 반도체 업계에 모처럼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니 이를 반도체 산업의 도약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굳건히 다짐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성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ss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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