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수익성 급감으로 경쟁사들이 설비투자 연기와 생산량 축소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감산 없이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31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S부문(반도체)이 힘겹게 적자를 면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업계에서 언급된 '인위적 감산' 실행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한 생산 라인 최적화와 미세공정 전환 등 '자연적 감산'을 통한 미래 사업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기 수익성 개선보다는 원가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서 중장기 수요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있고, 회사 실적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준비할 좋은 기회”라면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필수 투자를 지속, 설비투자 규모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 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공정기술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투자계획 내에서 연구개발(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생산 라인을 멈춰서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분기에도 역대 최악의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 급감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도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 다시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챗GPT' 등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로 메모리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김 부사장은 “자연어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서비스 출시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상용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4600억원, 영업이익 4조31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97%, 영업이익은 68.5% 각각 감소했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DS부문은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매출 26조100억원, 영업이익 8조8400억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96.9% 급감했다.
매출은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1% 증가한 302조2300억원으로 '연매출 300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삼성전자 DS부문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
[자료:삼성전자]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