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직원이 합심해서 흑자를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근 만난 중견 완성차 3사 임원들은 올해 사업 전망을 자신했다. 한국지엠·쌍용차·르노코리아차에 모처럼 볕이 들었다. 3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봉쇄와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를 넘어 견조한 수요 및 신차를 바탕으로 두 자릿수 실적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쌍용차는 같은 해 4분기 실적이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41억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4분기 이후 24분기 만에 흑자전환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올해는 글로벌 수출 강화와 총력 생산체제를 구축, 연간 흑자전환에 도전한다.
2014년 이후 줄곧 적자를 내 온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26만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올해는 창원과 부평 공장에서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추가로 투입, 50만대까지 국내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차 글로벌 출시를 통해 올해는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차 역시 뚜렷한 수출 호조세를 띠고 있다. 수출 11만7020대를 포함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8% 증가한 16만9641대를 판매하는 등 지난해 유럽 지역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XM3 9만3251대 등 유럽에 9만8861대를 수출했다. 르노코리아차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르노그룹, 지리홀딩그룹과 함께 합작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는 오로라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3사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사 모두 경쟁력 있는 신차를 바탕으로 생산 및 판매 물량을 극대화하는 한편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과 협조가 밑바탕으로 작용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문제도 있다. 르노코리아차 협력업체 협의회는 수출 지원 호소문을 발표하고 자동차 운반선 부족, 높아진 수출 물류비 등으로 수출 성장세가 꺾일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외국 선사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들은 선박 부족과 운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관련 업계 및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함께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사 상생 결단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수년 만의 흑자전환을 앞두고 올해 임단협이 파업으로 얼룩진다면 회사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한 다음 단계인 전기차 생산 밑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한 해다. 3사 모두 올해 안정적 노사 관계와 시장 신뢰를 바탕으로 반드시 흑자 경영에 성공하길 기대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