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초거대 인공지능(AI)이 웹 3.0시대 메타버스 구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챗GPT는 범용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 3.0 가치철학인 공정과 분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김지현 SK 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2일 전자신문사가 주최한 'IT 메가비전 2023' 기조강연에서 “인터넷 시대의 독점과 독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을 극복하기 위해 웹 3.0이라는 가치철학이 대두됐다”면서 “우리가 준비하는 사업과 서비스에 웹3.0이 강조하는 공정과 분배라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이날 웹 3.0 시대가 불러올 새로운 가상경제 시대의 특징을 짚어보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특히 오픈AI가 선보인 AI 챗봇 '챗(Chat)GPT'를 공정과 분배의 웹 3.0 시대에 적합한 기술이자 핵심 서비스로 꼽았다. 챗GPT가 특정 문제나 한정적 산업을 위해서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챗GPT는 법률·의료부터 개발 및 데이터 분석, 예술 등 인류의 지적 능력에 해당하는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웹 3.0 시대에서 가상경제가 구현될 핵심 공간인 메타버스에 초거대 AI가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타버스라는 공간적 특성에는 과거와 같이 컴퓨터에 단순 명령을 입력하는 방식보다 챗GPT 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적합하다.
김 부사장은 “메타버스에서 초거대 AI를 호출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초거대 AI가 이에 응답해 이용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자동화해서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웹 3.0 시대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으로 떠오른 이유로는 가상경제 생태계가 원활하게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가상경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함과 동시에 탈중앙화된 자율기구(DAO)에 의한 운영이 이뤄진다. 비즈니스 모델 또한 단순 수수료가 아닌 협의에 기반을 둔 공유를 통해 토큰, 대체불가토큰(NFT) 등으로 다양화된다.
김 부사장은 “메타버스라는 제3 세계에서 함께 대화하고 게임도 하며, 누군가 만든 창작물을 사고팔거나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웹3.0 구현에 블록체인도 기여할 것으로 점쳤다. 김 부사장은 “결실을 함께 분배하는 것이 핵심인 웹 3.0 구현에 필요한 것이 블록체인”이라면서 “기존의 클라우드나 서버 방식은 독점 사업자가 저장하지만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가치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웹 2.0 시대에서는 공유와 개방을 추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빅테크·플랫폼 기업의 독점이라는 한계가 대두됐다. 독점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났으며, 인터넷이 모두에게 공정할 수 없다는 문제점에 대한 자성이 웹 3.0 발단이 됐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