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따지는 '윤심' 경쟁에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책임당원 100% 투표 도입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불출마로 여론적 관심이 떨어진 가운데, 후보들간 '윤심' 신경전까지 도를 넘으면서 당내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 '윤심'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긴급 진화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신배니 윤핵관이니, 이런 조롱 언사를 일삼는 것은 대통령에게 침 튀기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최근 '윤심' 논란에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악의적인 언사들이 횡행하는 것에 대해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라며 당 차원의 징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날 정 위원장의 발언은 전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안철수 후보의 몇 몇 언사에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 뒤 이어진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윤심'이 계속 언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교통정리 취지였지만, 그 배경에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의 행태를 비판해 온 안 후보와 천하람 후보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말내내 난타전을 벌였던 안 후보와 김기현 후보는 이날 잠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이날 예정됐던 무료배식 봉사와 방송 출연 일정 등을 취소하고 전당대회 상황점검 및 정국구상의 시간을 가졌다. 다만 오전에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최근 논란에 대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윤핵관' 등의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는 “(윤-안 연대는) 윤 대통령 국정과제를 충실하게 존중하면서 실행에 옮기겠다는 뜻이었는데, 나쁜 표현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역시 주말에는 “'윤안연대', '대통령 연대 보증인'을 전국에 설파하며 대통령을 팔아 표를 모으려 한 장본인은 누구인가”라며 안 후보를 겨냥 했지만, 이날은 '이재명 방탄 법안 입법'과 '부동산 참사' 등 문재인 전 정부와 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당내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안 후보를 향한 폭격은 계속됐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사드배치에 반대한 사람, 잘된 일은 자신의 덕이고, 잘못된 일은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란 글을 올리며 안 후보를 겨냥했다.
'윤심' 논쟁으로 당 내분 조짐이 보이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당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정 인물을 출마하지 못하게 하고 상대 후보를 깍아내리는 행태가 선을 넘었다는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로 나오는 발언들이 사살상 전당대회 개입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가 당 축제로 진행되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난장판이 됐다는 우려다.
한 당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통령이 당대표에 대한 의중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한 바는 있지만, 지금 대통령실의 방식은 매우 거칠다”라며 “이미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역대 가장 말 많고 재미없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