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돼지에서 추출한 췌도를 중증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이종췌도이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다. 이종이식 전문기업 제넨바이오는 다음 달 환자 모집에 들어가 이르면 10월에 선정된 첫 환자에게 무균돼지 췌도를 이식할 계획이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이종이식학회(IXA) 기준을 준수한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을 올 상반기 중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안전성에 기반을 두고 준비한 만큼 임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췌도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내 조직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거의 생성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은 저혈당 발생에 둔감해지는 저혈당무감지증으로 인한 혼수상태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본 치료법은 췌장이나 췌도 이식이지만 장기 부족 문제로 0.1% 환자만 혜택을 받고 있다.
이종췌도이식은 뇌사자 췌장이 아닌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멕시코, 중국, 아르헨티나, 뉴질랜드에서 사람 대상 이종췌도이식이 진행된 적이 있지만 WHO나 IXA 국제기구 기준을 준수한 임상은 처음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제넨바이오는 지난 2020년 8월 첫 이종췌도이식에 대한 연구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한 이후 두 차례 보완을 거쳐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달 19일 임상시험 수행기관인 가천대길병원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까지 통과하며 임상 준비를 마쳤다. 이보다 앞서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3월부터 환자 모집을 시작해 6개월 동안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숙려기간을 거쳐 빠르면 10월 이식술 시행이 목표다. 대상은 1형 당뇨병 환자 중 저혈당무감지증 증상으로 이종췌도이식이 필요한 환자다. 이후 2년 동안 추적관찰을 통해 면역거부반응과 감염 같은 위험 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유효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임상은 제넨바이오와 가천대길병원,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가 협업한다.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에서 감염균이 없는 무균돼지를 생산해서 췌장을 적출하면 제넨바이오가 순수 췌도를 분리 정제, 세포치료제로 제품화한다. 가천대길병원은 정제된 이종췌도를 환자에 이식한 후 면역억제제 치료, 이종췌도 안전성 확인, 이종이식 효과 등을 확인하며 추적 관찰한다.
임상시험책임자인 김광원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췌도 이식은 필요성에도 동종이식 한계가 분명해 이종이식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면서 “돼지를 이용해 췌도 이식이 가능해지면 충분한 양의 췌도와 일정한 질을 보유한 췌도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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