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알파고에서 챗GPT까지

지난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한창인 서울 포시즌스호텔을 취재차 찾았다. 컴퓨터에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바둑에서 AI가 당대 최고 기사 이세돌 9단을 초반 대국에서 연이어 꺾은 상황. 세기의 이벤트 장소와 상대를 모두 구글에 내어준 한국으로서는 '알파고 열풍'을 지나 '알파고 쇼크'에 빠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인류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 현장이기에 나름 진지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행사장에 들어섰으나 빗나갔다. 대국장 안은 바둑이라는 특성상 엄숙했으나 대국장 밖은 달랐다.

지난 2016년 3월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열렸다.딥마인드팀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전자신문DB
지난 2016년 3월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열렸다.딥마인드팀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전자신문DB

구글 딥마인드팀은 빅테크기업 특유의 캐주얼 차림으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난제 도전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이 덕에 자칫 딱딱한 기술 발표회장이 될 뻔한 현장은 축제장처럼 보였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기업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주눅이 들었는지 '구글의 경쟁력은 이런 문화에서 나오는구나'라고 다소 과장된 해석까지 했을 정도다.

지금 세계에는 또 한 번 AI 열풍이 불고 있다. 오픈AI가 공개한 '챗GPT'는 알파고가 그리한 것처럼 IT업계에 충격을 줬다. 과거 구글의 급부상에 IBM(IBM 슈퍼컴 '딥블루'는 1990년대 후반 체스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이 타격받은 것처럼 이제는 구글이 세게 한 방 얻어맞은 모양새다. 챗GPT에 화들짝 놀란 구글이 AI 챗봇서비스 '바드' 발표 계획을 밝혔으나 시장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구글 같은 기업도 한순간에 휘청거리는 AI 시장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7년 전 알파고 쇼크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정부 모두 바삐 움직인다. 기존 AI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챗GPT를 자사 AI 플랫폼에 연계하려는 시도도 감지된다.

다행인 것은 알파고 쇼크 이후 우리나라의 AI 역량도 꾸준히 올라갔다는 점이다. AI는 우리 사회와 기업에 낯선 주제가 아니다. 많은 기업이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지속 투자했고,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쪼록 챗GPT 열풍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과 정부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내에서도 여러 대기업이 초거대AI를 개발했다. 중소·벤처에서도 다양한 AI 전문기업이 등장했다. 현재의 성과를 이어가되 이전에 세운 로드맵 가운데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면서 AI 경쟁력을 길러 가길 바란다. 정부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중장기 차원에서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 하나 위축되지 않길 바라는 것은 실패와 부작용에 대응하는 자세다. AI는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측면이 있다. 필연적으로 논란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너무 늦다.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더 나은 AI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산·학·연·관의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협업하면서 AI라는 거대 과제를 풀어야 한다.

궁금한 마음에 챗GPT에 '구글 알파고와 챗GPT의 차이점'을 물었다. “요약하면 알파고는 보드게임에 특화됐고 챗GPT는 범용적인 언어 생성 모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챗GPT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면 팩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나름 현명한 대답으로 보인다.

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데스크라인]알파고에서 챗GPT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