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달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전 판매에 돌입, 10년 만에 국내 시장에 재진출한다.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글로벌 전역에서 77형 OLED TV 추가 출시까지 알리며 연초부터 OLED 띄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발 앞서 시장 주도권을 잡은 LG전자와의 격차를 얼마나 빨리 좁힐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1일 공식 온라인몰 삼성닷컴을 통해 '삼성 OLED TV'를 사전 판매할 예정이다. 2013년 OLED TV를 국내에 내놓은 후 2년여 만에 출시를 중단한 지 약 10년 만의 시장 재진입이다.
사전 판매 제품은 2023년형 네오 QLED TV와 55·65형 삼성 OLED TV다. 이 중 삼성 OLED TV는 지난해 3월 출시돼 현재 한국, 일본, 중국 등을 제외하고 중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 등 대부분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QD-OLED 패널 수율 이슈 외에도 네오 QLED TV에 힘을 싣는 회사 방침이 복합적으로 작용, 주요 국가 중 가장 늦게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사전 판매에 맞춰 국내 OLED TV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네오 QLED 8K TV와 함께 OLED TV를 올해 주력 전략상품으로 선정,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위해 사전판매 당일 추가할인 쿠폰 등 할인혜택과 함께 출시 임박해서는 라이브 방송, 오프라인 전시 등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공식 출시 시점은 3월 둘째 주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TV 신제품 행사 '퍼스트룩 2023'에서 공개한 77형 OLED TV 출격도 예고했다. 북미 지역에서 이미 사전판매에 들어갔다. 가격은 4499달러(약 569만원)로 책정했다. 같은 크기의 2022년형 LG 올레드 에보 C2 모델과 비교해 2000달러 가량 높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 해외법인 홈페이지에는 최근 제품 정보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사전등록' 알림창이 게시됐다. 출시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사실상 OLED TV 마케팅이 전무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OLED TV 띄우기는 전략 수정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월 북미, 유럽 등에 55·65형 제품 출시 당시부터 판매국가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관련 마케팅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네오QLED 8K와 함께 전략상품으로 위치시킨데 이어 77형 신제품은 글로벌 전역에 출시 전 마케팅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는 전반적인 TV 수요 부진 속에 OLED TV 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작년 대비 1.3% 늘어난 2억712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OLED TV 출하량은 작년 대비 9% 늘어난 741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서도 70형대 이상 대화면 OLED TV 영역은 평균 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TV가 주력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고화질·대화면 트렌드에 대응하면서 수익성까지 높은 OLED TV 사업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수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안정화되면서 올해 OLED TV 사업을 확장할 여건도 마련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55·65형 OLED TV 글로벌 판매량은 3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6% 내외 점유율에 불과하다. 6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의 LG전자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LED TV 출시는 고화질, 대화면 트렌드에 부응하는 한편 사업부가 심기일전할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네오QLED 8K와 OLED TV 두 영역을 내세워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