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기부 장관 "중동에서 '글로벌 창업대국' 큰 이정표 만들겠다"

“제2의 중동 붐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5~6월에도 국내 유망 중소기업과 함께 중동 방문을 검토 중 입니다. 올해 중동에서 큰 이정표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화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올해 핵심 목표는 한국을 '글로벌 창업대국'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앞둔 가운데 벤처·스타트업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이 장관 과제다. 그는 벤처·스타트업이 내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 도전할 수 있는 정책환경을 조성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동·유럽 등 글로벌 유니콘이 다양한 국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시종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당면한 민생 현안을 챙기는데 주력했다. 특히 납품대금 연동제를 법제화하면서 중소기업계 숙원을 풀어냈다. 14년 만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시즌2'를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강력한 법도 짧은 시일 내에는 구성원 의지 없이 변화가 오지 않는다”면서 “납품대금 연동제가 전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한 팀이 되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 "중동에서 '글로벌 창업대국' 큰 이정표 만들겠다"

대담=권건호 벤처바이오부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소감은.

▲지난해 5월 13일부터 장관 취임해서 어느덧 9개월이 됐다. 코로나19 위기부터 3고 복합위기까지 당면한 민생현안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느라 시간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취임할 때부터 경제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모두 힘든 상황이었다.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을 실시하고, 중소기업계 숙원이던 납품대금 연동제를 법제화하는 등 현장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침체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개최한 두 차례 동행축제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정부가 만든 행사를 오히려 민간에서 기대하는 수준으로 성과가 좋았다.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미국 벤처캐피털(VC)과 2억2000만달러 글로벌펀드를 결성하는 등 중소기업 발전에 의미있는 일이 많은 한해였다.

-벤처업계에서는 투자 혹한기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크다.

▲2021년에 비해 지난해 투자금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9년이나 2020년에 비하면 늘어난 수치다. 2021년이 아주 이례적이었던 시기다.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니 투자받은 기업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모태펀드가 줄어들고 벤처투자가 줄어서 벤처기업이 힘들다는 논리인데, 과연 상황이 그런지는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난해 벤처투자는 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줄었다. 하지만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물론 하나의 기업에 투자되는 금액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지난해보다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 생기는 투자 양극화 역시 잘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민간 모펀드를 준비하고 투자금 조기집행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선손실충당도 확대했다. 이렇게 여러 유인책 혜택을 준비하고 있지만 증시 자체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스케일업 단계에 이른 기업이야 주춤할 수 있다. 긴 터널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3고 위기로 국내 증시가 주춤하면서 국내 유니콘 기업이나 유망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를 연기하고 재투자를 위한 VC 회수도 어렵다. '투자-회수-재투자' 선순환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인수합병(M&A), 세컨더리 분야 등 중간 회수펀드 조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벤처세컨더리 사모펀드를 신규로 조성해 사모펀드가 벤처펀드 중간 회수를 촉진하도록 지원하겠다. M&A펀드 상장법인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M&A 투자 규제 개선을 위한 벤처투자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성과라면 역시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다. 안착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법제화가 됐다. 14년의 두드림 끝에 문이 열렸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생산적으로 하느냐가 문제다. 강력한 법도 단시일내에는 구성원 의지 없이는 변화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전국 로드쇼를 시작했다. 전국에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정착하기까지 3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기업 현장에서 하나의 거래 문화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법적 강제보다 업계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 다행히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차 등 여러 대기업도 상생 관점에서 TF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한상의·전경련·경총·중견련 등 경제단체들은 몇 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TF 참여에 미온적이지만, 잘 설득해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 14년의 기다림 끝에 납품대금 연동제가 윤석열 정부의 약자를 위한 제1호 법안으로 통과돼서 상생협력에 대한 중소기업계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인 만큼 주요 경제단체들도 적극 참여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대한 중소기업과 국민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경제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연동제 현장 안착을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경제단체를 비롯한 업계와 한 팀이 돼 연동제 현장 안착을 추진할 계획이다.

-위기 극복 과제로 내건 '수출드라이브'와 '스타트업 코리아'에 대한 기대가 크다.

▲먼저 수출 측면에서는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액이 1175억달러로 2년 연속 1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중소기업 수출액이 지난해 6월 이후 감소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출 1위국인 중국과 수출 1·2위 품목인 플라스틱과 화장품이 부진해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0여차례 기업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대책을 수립해 3대 추진전략을 제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중기부가 20년 정도 스타트업 관련 정책을 만들어 왔다. 유니콘도 의미 있게 많이 만들고 있다. 민간에서도 벤처기업에 투자하자는 분위기가 균형있게 올라와 있다.

기술 기업이 아직 부족한 것은 고민이다. 유니콘 대부분이 서비스 기업이다. 그래서 '초격차1000+'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5년간 2조원 이상 투자해 집중 육성한다. 선별부터 전문가를 얼마나 같이 참여시키느냐. 전문적으로 인큐베이팅하느냐를 평가한다.

우리 창업·벤처기업이 디지털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중동·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는 글로벌 유니콘이 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다음달 중으로 글로벌 창업대국을 달성하기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도 준비 중이다.

스타트업 코리아는 곧 '벤처 3.0'이다. 인터넷이 벤처 1.0, 모바일 유니콘 창업이 벤처 2.0이라면 벤처 3.0은 중소기업이 재창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혁신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창업도 이제는 기술이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바꿀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기업가형 소상공인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가치를 가진 모든 사람이 하는 창업을 중요하게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팁스(TIPS) 방시을 활용한 립스(LIPS)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상공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을 혁신형 기업가로 키우는 것 이런게 스타트업 코리아의 지향이다.

-지난해 뉴욕, 올해 UAE, 다보스 포럼 등 연이어 해외 순방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성과 있다면

▲이번 UAE 순방을 통해 정상 간 신뢰·우의 구축으로 한-UAE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양 정상 의지를 확인했다. 순방 중 대통령께서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고 원팀이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역량을 펼치고 뛸 수 있도록 업고 다니겠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저도 우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해외영업팀 사원이라는 생각으로 미국에 이어 중동에도 진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뛰었다. 특히 알제요우디 UAE 무역부 장관과 양자 면담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적극 세일즈했다.

특히 예전에는 글로벌이라면 무조건 미국이었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중동을 아주 중요한 글로벌 기지로 보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다음 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글로벌 창업 페스티벌 BIBAN에 참석한다. 오는 5~6월에도 중소기업과 함께 중동을 방문할 계획이다. 올해 중동에서 큰 이정표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화 목표다.

-중동에서 특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굉장히 기회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하이테크와 탄소중립 분야다. 오일머니 이후에 중동 국가들이 관심을 갖는다. 결국 디지털 경제와 기술을 모두 잘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냐 찾아보면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그래서 더 한국과 협력에 관심이 많다.

중동만의 특색은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다. 물이 없다. 인근에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팜에 대한 열기가 큰 것을 확인했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어떻게 농작물을 키울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크다. 기후변화와 접목해 고민해 볼 지점이 많다. 탄소중립, 사막화, 식량 자급자족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더라.

-복수의결권 등 2월 임시국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꽤 있다.

▲우선 이번 임시국회에서 벤처업계의 숙원인 복수의결권이 통과되길 희망한다. 30일 미만 추가연장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결국 정치의 시작은 민생을 돌보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 지금 노동환경이 굉장히 경색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현재 인력으로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자재 수급도 안된다. 소상공인·기업인들이 이제는 일하고 싶다고 한다.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민생 관련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 관련 현안은 여야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중기부가 맡은 역할 정말 중요하다. 회사가 처음 설립되면 연구소장이 중요하고 다음에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영업 총괄의 일이 중요해 진다. 시대적 역할이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라면 새로운 경제를 구상할 수 있는 부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역할이 커져야 하는데 중기부의 해외 업무 역량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수출 지원 기능을 확대하는 등 고민이 필요하다.

이영 중기부 장관 "중동에서 '글로벌 창업대국' 큰 이정표 만들겠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광운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수학 석사학위와 수리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테르텐이라는 보안소프트웨어(SW) 기업을 창업한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제9대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며 여성 벤처기업계를 대표했다.

21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 지난해 5월부터 중기부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역대 중기부 장관 가운데 첫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