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동계 유니버시아드가 지난달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선수들이 보여 준 열정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역대 최다 메달인 29개를 획득, 46개 참가국 가운데 종합 2위를 달성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영미 신드롬'을 불러온 컬링은 대표적인 인기 종목이다. 컬링은 빙판 위에서 돌(스톤)을 표적 안에 넣어 득점하는 경기다. 단순해 보이지만 스톤의 위치·방향·속도 등을 고려해야 하는 전략 게임으로, 얼음 위 체스라고 불린다.
수출 산업을 컬링에 비유하면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스톤, 목적지인 표적은 수출국, 수출에 필요한 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시험인증기관은 '스키퍼'(Skipper)로 볼 수 있다. 스톤의 위치, 전략 방향 등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키퍼는 경기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 기업이 국내시장을 넘어 수출에 성공하기 위해 정확한 기술규제 정보 제공, 무역기술장벽(TBT) 컨설팅, 신제품 시험평가, 국제표준화 활동 등 수출을 뒷받침하는 시험인증기관의 역할 또한 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본연의 임무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높은 물가상승과 고환율로 말미암은 무역수지 적자, 고금리로 말미암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세계 시장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등 장벽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복합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금융, 마케팅, 해외인증 지원 등 수출기업의 애로 사항 해소와 수출 플러스 성장을 위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종합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도 수출 플러스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고 기업이 직면할 수출 빙판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산업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려 한다.
우선 정확하고 다양한 국가별 규제정보 제공과 무역기술장벽 대응 지원에 나서고 있다. KTL은 해외인증 정보시스템을 자체 구축,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150여개국 450여개 해외인증 정보를 담은 시스템을 통해 기업이 필요한 정보 제공에 노력하고 있다.
또, 최근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에 따라 주요 수출 국가별 복잡·정교해지는 TBT의 신속한 대응 컨설팅에 힘쓸 것이다.
둘째 국내 최대 규모인 55개국 160여개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기업 맞춤형 해외인증 획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KTL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해 중국·베트남·중남미 기관 등과 협약, 기업이 해외인증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신흥 수출국의 시험소 지정을 통해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산업 성장에 따라 증가되고 있는 탄소중립, 미래모빌리티 및 디지털 융합제품 등의 수출 품목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에 힘쓸 것이다. 이와 함께 KTL 중국시험소와 아랍에미리트(UAE) 사무소 등 현지 노하우를 기반으로 수출 애로 해소에도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이다. 산업계 의견이 국제표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의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KTL은 저탄소 제품 에코 디자인, 무선통신, 전자의료, 환경기술 등 국제표준 수립 과정에 참여해 우리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다.
이처럼 KTL은 우리 기업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대한민국 수출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한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무역기술장벽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sejongkim@ktl.re.kr
-
김영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