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행위 등을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에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제재 불똥이 업계 전반으로 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과 독과점에 대해 규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데다, 곧 논의될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 제정에도 카카오 사례가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공정위가 이번 제재를 확정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자체 알고리즘 설계가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승객 편익 외면한 판단 유감”…행정소송 제기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공정위 발표와 관련해 배차 로직은 가맹 우대가 아닌 소비자 우대였다며 승객 편익을 외면한 판단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오해를 해소하고 콜 골라잡기 없이 현장에서 애써온 성실한 기사들의 노력이 인정받도록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심의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배차 로직을 통한 승차 거부 해소와 기사의 영업 기회 확대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채 제재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승객의 호출 수수료, 기사의 앱 이용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일방적으로 재단한 것이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 판단과 해석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회사 측은 “카카오T 배차 로직은 가맹 우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용자 편익 증대가 최우선 가치”라며 “콜 골라잡기를 완화한다는 '배차 수락률 도입 취지'는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한 국토교통부 및 서울시의 정책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가맹택시 도입 초기 일시적으로 진행한 테스트 내용을 근거로 가맹택시 우대를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현재의 배차방식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은밀하게 배차 로직을 변경했다는 공정위 판단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2019년 전후로 블루, 벤티 등 신규 택시 서비스가 도입되는 등 서비스 복잡도가 높아지며 배차 시스템 전반의 개편이 요구됐고 2019년 두 차례의 큰 장애를 겪으며 2020년 4월 AI 배차 로직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제2 타다' 사태 재현…'규제 신호탄'에 업계 우려
모빌리티 플랫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타다는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로 주목받으며 시장의 큰 호응을 얻었지만 택시 업계와의 갈등, 불법 논란에 휩싸이며 주요 사업을 접어야 했다. 타다는 스마트폰 앱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차량호출 서비스다.
하지만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2020년 3월 국회를 통과하자 타다는 핵심 서비스 '타다 베이직' 운영을 중단했다. 1만2000명의 타다 운전기사는 일자리를 잃었다.
법원은 뒤늦게 타다의 손을 들어줬지만 회사는 법적 공방과 경영난으로 이미 주요 사업을 정리한 상태였다. 지난해 9월 타다 전·현직 경영진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타다가 외관상 카카오택시 등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실질적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영위해왔다고 볼 수 없다”면서 “자동차 대여업체가 기사와 함께 자동차를 대여하는 것은 적법한 영업 형태로 정착돼 있었는데, 타다는 이런 서비스에 통신기술을 접목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업계는 이번 판결이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 전방위적 규제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 역시 자사 쇼핑몰 플랫폼인 스마트 스토어의 경쟁사에 불리한 방식으로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고 본 공정위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 맞았다.
이 같은 제재는 윤석열 정부의 향후 규제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종의 지표인 셈이다.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높자 현 정부의 자율규제 정책 기조의 변경 가능성까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김범수 센터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KCH)가 금산분리 규정을 어기고 보유한 카카오 및 카카오게임즈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시정 명령과 법인 고발을 결정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국회에서 논의될 온플법 제정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플랫폼을 향한 정부와 국회의 전방위 압박이 커질수록 신생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를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 업계를 향한 규제 강화는 업계 전반에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대면 진료, 약 배송, 온라인 법률 서비스 등 혁신 서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입장은 다를 수 있는데, 한쪽 의견에 치우친 결정으로 혁신 사업이 걸음을 멈추면 결국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