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부장 자립화'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전자신문이 주최한 2022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테크페어 현장 <전자신문DB>
지난해 11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전자신문이 주최한 2022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테크페어 현장 <전자신문DB>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본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일본산 소부장 수입 비중을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10년 전인 2012년에 20%를 웃돌았지만 2020년에 17%대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15.08%까지 하락했다.

일본의 대한국 소부장 수출 규제가 본격화한 2019년 이후 우리 정부와 기업이 국산화에 집중 투자하면서 동시에 수입처를 다변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시행 초기만 해도 국내 소부장 산업을 두고 많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산·학·연·관의 발빠른 대응과 긴밀한 협업으로 급한 불은 껐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일본산 소부장 수입 비중은 줄었지만 수입 규모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소부장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일본산 수입 비중이 떨어진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그 사이 중국산 소부장 수입 비중이 30%에 육박한 것도 우리에게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중국산 수입 비중은 2020년 27.42%에서 지난해 29.5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40% 넘게 증가했다. 일본이든 중국이든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화제가 된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의 고도화, 수많은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 차량 확산 등으로 각종 반도체와 부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부장 분야 기술을 내재화하지 않으면 치열한 시장 경쟁 현장에서 버티기 어렵다. 소부장 경쟁력은 완성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년간 민·관이 함께 노력한 '소부장 자립화'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종착역에 이른 것은 아니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 노력을 이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