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스텔란티스, 美 합작공장서 각형 배터리 만든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각형 배터리를 양산한다. 각형 배터리는 사각형 형태 금속 캔에 담긴 배터리로, 미국 내에서 전기차 용도로 각형 배터리를 양산하는 건 삼성SDI가 처음이다. 최근 일각에서 스텔란티스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스텔란티스의 선택은 각형으로 모였다.

삼성SDI·스텔란티스, 美 합작공장서 각형 배터리 만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 공장에서 각형 배터리 제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1분기 연 30만대(23GWh) 이상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설비를 준비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그동안 자사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와 함께 파우치 배터리를 사용해왔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과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로, 크라이슬러 산하 자동차 브랜드는 각형 배터리만 사용하고 나머지 브랜드는 파우치와 각형을 혼용했다.

각형 배터리는 사각캔이 배터리를 보호해 안정성이 우수한 것이 장점이다.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 이유다. 여기에 기술 발전으로 각형 배터리가 전기차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밀도를 충족하면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 외 다른 브랜드로도 각형 배터리 사용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합작사에서 '스태킹' 방식으로 각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는 배터리 전극을 얇고 일정하게 자른 후(Notch), 쌓아 올려(Stacking) 하나의 배터리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삼성SDI는 극판을 둘둘 마는 '와인딩'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으나 202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용량 극대화를 위해 스태킹 방식을 도입했다. 스태킹은 와인딩 방식 대비 에너지 밀도와 내구성에 장점이 있다.

삼성SDI 각형 배터리
삼성SDI 각형 배터리
삼성SDI·스텔란티스, 美 합작공장서 각형 배터리 만든다

삼성SDI는 합작공장에 각형 배터리 수개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요 장비 공급사들을 선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극 믹싱장비는 제일엠앤에스, 전극을 자르고 쌓는 노칭과 스태킹 장비는 필옵틱스가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메트리는 배터리 품질과 성능을 검사하는 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화모멘텀, 원익피앤이 등이 전극 코팅 건조(코터) 장비, 충방전(포메이션) 장비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합작공장의 각형 배터리 생산 능력을 40GWh 안팎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23GWh 공장 건설이 완료되는 2025년 이후 증설이 예상된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배터리 업계 최고실적을 냈고, 스텔란티스가 고부가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투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이 구체화하면서 부품, 소재 협력사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상신이디피와 신흥에스이씨는 2024년 하반기 중 각형 캔케이스와 보호장치(캡어세이) 공장 신설을 준비 중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인근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1분기 착공할 예정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지난해 신흥에스이씨, 상신이디피 헝가리, 말레이시아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 규모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천안 공장
삼성SDI 천안 공장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