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건설 현장에서 자행되는 강성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발본색원을 예고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조한데 이어, 강경노조 불법행위 엄정조치까지 언급하면서 연일 노동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8회 국무회의를 갖고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요구, 채용강요, 공사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건설 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보고받았다. 이에 “불법행위를 집중 점검·단속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라며 공공기관과 민간협회도 정부와 함께 불법행위를 뿌리뽑는데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강성 노조의 불법행위가 현장을 넘어 국민 일상에도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봤다. 채용 강요에 따른 비노조 근로자들의 실직,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 지연 등의 사례를 들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에 대해서는 “노동 개혁의 출발”이라며 당위성을 재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국민의 혈세로 투입된 15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라며 “회계 투명성을 거부하는 노조에 대해 재정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혈세를 부담하는 국민들께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우실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관계부처가 노동 개혁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기대했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건설노조 불법 행위에 대해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정지 및 건설노조 대상 민형사상 조치까지 강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날 국무회의 보고를 통해 우선 불법·부당행위 단속에 범정부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노조원 438명이 총 234억원가량의 월례비를 수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계좌 조사로만 나온 것으로, 국토부는 실제 규모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많이 챙긴 사람은 매달 1억7000만원씩 총 2억20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20%는 평균 9500만원을 받았다.
부당해고를 이유로 현장에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거나 노조 전임비를 협박해 받아내는 등 다양한 사례들도 조사됐다. 경찰청은 건설현장의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17일 기준 총 400건 1648명을 수사해 63명을 송치(20명 구속)했다.
정부는 불법행위가 파악되는 즉시 처벌할 계획이다. 협박에 의한 노조전임비나 월례비 수취에 대해서는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로 즉시 처벌한다. 강요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계장비로 공사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월례비를 강요한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 규정을 적용해 면허를 정지할 방침이다.
불법하도급 등 건설사업자의 불법 행위도 단속에 나선다. 불법하도급 조기경보알람 시스템 상 선별 기준을 개선하고 행정처분율을 높일 계획이다. 공사대금 연체로 인한 임금 체불 문제도 개선한다. 건설근로자의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화장실이나 휴게실을 설치하면 공사대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 정부 3대 개혁 과제 중의 하나인 노동개혁 실현을 위해 건설현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끝까지 범정부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난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논의된 금융, 통신 분야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책 주문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금융과 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시켜야 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다”라며 “관계 부처는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고, 시장의 효율성과 국민 후생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 추진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