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기업이 노면표시를 자동으로 그려주는 로봇을 개발했다. 노면표시 공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교통체증과 안전사고를 크게 줄이고 도로마다 다른 노면표시를 규격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봇전문기업 알피(RP·대표 박정규)는 도로 노면표시 도장로봇 '알봇(RBOT)'을 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최초 무인 로봇으로 도로 노면표시 공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면표시 공사는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면서 작업 중 인명피해가 빈번했다. 한국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는 총 170건 발생했고 사망자는 50명에 달했다. 치사율이 31%로 일반 교통사고(9.9%)보다 3배나 높다.
알봇은 사람이 안전한 장소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조정해 노면표시 작업을 수행한다. 수작업 대비 작업시간을 7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교통혼잡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노면표시 규격화와 표준화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려면 일관성 있는 노면표시가 중요하지만 국내에는 노면표시에 대한 규정이 없어 노면 글자체나 크기가 지역과 도로마다 천차만별이다. 알봇은 자연어 자동좌표 변환 및 기울기에 따른 좌표변환 알고리즘 기술, 노면표시 규격화를 위한 고정밀 표준화 구현, 페인팅 경로에 따라 일률적인 자동 비드 분사 기술 등을 탑재했다.
시범사업에서 우수성도 입증됐다. 알피는 지난해 11월 한국도로공사 부산 경남본부와 협업해 고속도로 노면표시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범사업에서 균일한 도장 두께와 우수한 빛 반사율로 고품질 노면표시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박정규 알피 대표는 “사람을 살리는 로봇기업이라는 철학을 알봇에 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작업자 안전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알봇은 앞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