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며 재논의를 호소했다.
노란봉투법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위원장의 진행에 여당 의원 대다수가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사실상 단독 의결됐다. 민주당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을 60일 이상 계류시킬 경우 본회의에 직회부한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 손배청구 시 개별 노동자에 대한 면책범위를 따로 정하도록 하는 등 과도한 손배·가압류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민주노총은 “기업들이 무제한적으로 손배 청구를 남발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제동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한 걸음 나아갔지만 특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온전히 환영할 수 없다”면서도 “미흡하지만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국회 통과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사용자 개념이 추상적으로 확대되면서 사용자가 스스로 사용자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면서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교섭체계도 흔들리고 결국 사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법률적 판단의 부분까지 쟁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실력 행사에 의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노조의 불법에 대해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 피해 받는 사람보다 피해 준 사람이 더 보호되는 모순과 불공정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 장관은 “일부의 조직 노동자는 과도하게 보호받지만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는 그 비용을 부담하며 결국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다”면서 “불안한 노사관계와 그 비용은 기업의 투자위축과 청년의 일자리 감축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도 이날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여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여당은 거부권 행사를 언급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나라를 파업 천국으로 만드는 법이 될 것”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오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전해철 위원장이 거수 표결로 개정안 가결 선언을 시도하자, “역사 앞에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항의했다.
임 의원은 “현 노조법으로도 노동3권을 충분히 보장한다”면서 “전투적 노사관계로 외국자본이 들어오려고 하겠는가. 민노총 아닌 30인 미만 사업장 1000만 노동자가 피해 본다”고 성토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