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약바이오 '디지털전환', 융복합에서 길을 찾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협력 아니면 죽음이다.'(Collaborate or Die) 필자가 신년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 강조한 메시지로, 제약바이오산업에서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의미다.

노력 끝에 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면 특허로 독점 기간을 부여받아 수익을 내는 제약바이오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지식재산권(IP)의 가치가 중요한 분야다.

과거 제약 업계는 기술협력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산업 흐름은 연구개발(R&D)에 장기간 투자하고 낮은 확률로 성공해야만 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사업 방식에서 점차 리스크와 이익을 공유하는 컬래버레이션 방식으로 변화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대규모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단일 기업이 감당해야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유망한 선도 물질 발굴 등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그동안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활성화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바이오 오픈 플라자'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 등을 수차례 개최했다. 또 이를 해외로 확장해서 미국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 기업 진출 및 현지 전문 자문단 위촉 등을 지원하는 한편 매사추세츠공대(MIT) 기업 연계 프로그램(ILP) 컨소시엄, 스위스 바젤론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GOI)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약바이오 특화 라이브러리 플랫폼 'K-SPACE'를 오픈하고 1000여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탑재, 기술교류 활성화 기틀을 마련했다.

새로운 혁신과 변화도 협력과 융·복합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약의 범위는 디지털기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등 비대면 방식으로도 변화를 맞고 있다.

GM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1063억달러에서 2026년 6394억달러로 연평균 29.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 의료 복지의 필요성 확대 등 사회문제 해결 및 미래 신산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꼽으면서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 산업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전자약, 디지털치료기기, 인공지능(AI) 진단보조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환경변화 속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머크, 존슨앤드존슨, GSK 등 빅파마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벤처, ICT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체 사업 영역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전개하는 모습이다.

동화약품이 인공지능 의료진단 업체 뷰노에 투자하거나, 한미약품이 KT와 합작사 디지털팜을 설립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협회도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이사장단 승인을 거쳐 '디지털헬스위원회'를 설립했다. 신산업 분야인 디지털헬스산업은 기업별로 각자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제도화와 협력 생태계 구축이 과제인 만큼 위원회를 구심점으로 민·관이 함께 논의하며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이처럼 국내외 산·학·연·관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세계로, 4차 산업혁명 첨단 기술과 융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heemok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