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마약·도박 등 신속한 홈페이지 차단이 요구되는 사안에 전자심의 도입을 추진한다. 전자심의 도입 시 서면 의결이 가능해 불법사이트 차단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정연주 방심위원장은 22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마약·도박과 같이 신속히 차단 요구되는 불법 정보에 대한 차단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관련법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만 전자문서 심의가 가능하고 다른 불법콘텐츠 안건은 대면 회의를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방심위에 접수된 디지털성범죄 관련 통신민원은 불법 정보 접수 후 시정조치 처리까지 평균 하루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다른 인터넷 불법정보는 시정조치까지 평균 한 달 가까이 소요되고 있다.
2021년 8월 5기 방심위 출범 이후 통신심의는 총 41만2051건 이뤄졌다. 도박이 9만783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음란·성매매(9만267건), 디지털성범죄(8만3578건), 불법 식·의약품(6만4780건) 권리침해(3308건)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법령 위반 사안은 7만2281건이었다.
방심위는 관련법 개정 등 국회 협조를 통해 마약·도박 불법사이트는 서면 심의로 접속 차단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불법유통 문제로 저작권 침해 피해가 심화되는 웹툰·웹소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전자심의 도입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인력 부족이 이유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도메인 숫자 변경 등 편법에 대해서도 현재 법령에 기반한 원칙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재확인했다. 다수 불법사이트는 방심위의 홈페이지 차단 직후 URL에서 일부 숫자만 바꿔 사이트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본지 2022년 10월 21일 21면 참조〉
정 위원장은 “대면회의에서 심의를 통해 시정요구를 하는 게 방심위 임무이고 책무”라며 “(동일한 사이트로 판단되더라도) 심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부처에 의한 접속 차단은 사전검열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5기 방심위는 남은 임기동안 표현의 자유 보장과 최소규제 원칙 하에 반드시 필요한 심의만 진행할 계획이다. 민간에서 자율규제가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엄격한 중립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