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행성’ 화성을 탐사하기 위해 중국이 보낸 로버 ‘주룽’이 휴면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의 궤도선이 포착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MRO 고해상도 카메라(HiRise) 연구팀은 화성 주위를 공전하며 탐사 중인 화성정찰위성(MRO)이 촬영한 중국 ‘주룽’의 모습을 공개했다.
총 3장의 사진은 각각 지난해 3월 11일, 9월 8일, 올해 2월 7일에 촬영됐다. 각 사진에서 푸르스름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점이 중국의 주룽이다. 많은 거리를 이동한 지난해 3월~9월과 달리 최근 사진에서는 전과 위치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또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사진을 비교하면 푸른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몇 개월 간 활동하지 않아 먼지가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의 첫 번째 화성 탐사선인 주룽은 2021년 5월 중순 화성에 도착했다. 이후 나사의 퍼서비어런스 탐사선과 약 1600km 떨어진 거리에서 자체적인 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탐사 시작 약 1년 만에 주룽이 혹독한 화성 겨울에 대비해 동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저전력 안전모드’에 들어갔다는 중국 신화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화성의 겨울은 무거운 모래와 먼지 폭풍이 휘몰아치는데다, 태양 전지판에 먼지가 쌓이면 전력 공급까지 어려워지는 이중고가 이어진다. 나사의 로버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는 원자력 전지를 통해 겨울에도 운영이 가능했다.
당시 중국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주룽의 상태에 대해 밝히지 않았는데 이번에 미국측이 멈춰 있는 주룽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또 신화통신의 보도에서는 주룽이 화성의 봄인 지난해 12월에 깨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룽은 여전히 잠자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주룽의 태양 전지판이 먼지로 뒤덮여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 다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은 화성 탐사선 탄생 2주년을 축하했다. 주룽을 탑재한 톈원 1호 탐사선이 궤도에 진입한 것이 2021년 2월이다. 신화통신은 톈원 1호가 양호한 상태이며 계속해서 화성과 관련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도 주룽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한편, 톈원 1호는 2021년 5월 14일 주룽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중국의 첫 행성간 임무이다. 주룽은 중국 고대 신화 속 ‘불의 신’을 뜻한다. 높이 1.85m, 무게 240km로 한 시간에 200m를 이동할 수 있다. 약 90일간 화성 지표면을 탐사하며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었는데, 예상보다 오랜 기간 활동했으나 현재는 활동을 멈춘 상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