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최고경영자(CEO) 전격적인 연임 포기 선언은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도 정치권의 외풍(外風)을 넘지 못한 결과로 평가된다. 조직 안정화를 위한 구 대표 결단과 별개로, 최고 유력 후보가 낙마하면서 KT CEO 경선 레이스는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구 대표가 23일 KT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자마자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후보군에서 제외하고 차기 CEO 선임절차를 지속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연임 포기 결정의 결정적 배경은 정치권 압박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선언하며 구 대표 연임반대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냈고, 윤석열 대통령도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공정화 문제를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KT는 CEO 선임 절차를 2번이나 원점으로 돌리면서 인사 조직개편이 지연되는 등 내부 혼선이 지속됐다. 구 대표는 KT 역대 최대 실적 성과를 앞세워 연임에 도전했지만 결국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KT 이사회는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차질없이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직 내부 운영원리와 문화를 꿰뚫고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구 대표가 사퇴하면서 KT CEO 경쟁 구도는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구 대표 후보 사퇴 이전 경쟁 구도는 1대 다수였지만, 이제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다 대 다' 구도로 접어들었다. 남은 33명 중에서 부사장급 이상 내부 임원 출신 후보군과 KT 출신 외부 후보, 외부 후보 간에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내부 후보 군에서는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비롯해 강국현 사장,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사장 등이 주목받고 있다. KT 출신 인사 가운데서는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김기열 전 KTF 부사장을 비롯해 3년 전 고배를 마신 임헌문 전 사장, 박윤영 전 사장, 윤종록 전 차관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구 대표의 전격 사퇴가 정치권 압박의 결과인 만큼, 특히 외부 후보군의 '다크호스'도 급부상하고 있다. 윤진식 전 산업부 장관과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비례) 등도 정치권 인사와 용산 대통령실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한 전직 KT임원은 “정치권 외풍을 넘지 못한 KT CEO 수난사를 보면 씁쓸하다”면서도 “통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KT의 미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을 CEO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조직 안정화 위해 결단 내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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