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팹리스 유니콘' 문열었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에서 나왔다. 취약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에서 유니콘 탄생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파두는 최근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에서 기업가치 1조800억원을 인정받았다고 27일 밝혔다. 수요가 몰리면서 애초 예정한 유치금액을 20% 상회한 120억원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파두는 성장이 기대되는 유니콘이 됐다. 유니콘은 창업한 지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 평가받은 기업을 칭한다.

글로벌 성과가 두드러졌다.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로 사용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컨트롤러를 개발, 주요 빅테크 기업에 공급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500억원대로 전년보다 10배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종합 반도체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SSD뿐만 아니라 통신·전력 등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두의 데이터센터용 5세대 SSD 컨트롤러
파두의 데이터센터용 5세대 SSD 컨트롤러

신흥 주자 탄생은 국내 팹리스 산업에서 매우 드문 경우다. 국내 팹리스 산업은 기업수가 2009년 200여개에서 2020년 70여개로 급감했다. 글로벌 팹리스 50위권 안에 우리나라는 단 1개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AI·빅데이터 시대를 기회 삼아 새롭게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들로 재도약의 가능성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컴퓨터 비전용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퓨리오사AI도 유니콘 등극이 주목된다. 2017년 창업한 이 회사는 2021년 반도체 스타트업 최대 규모인 800억원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현재 최대 2000억원 수준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퓨리오사AI 측이 제시한 기업가치는 8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와 첨단방송장비에 AI 반도체를 공급한 사피온도 최근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법인 설립 당시 800억원에서 1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금융에 특화된 AI 반도체를 만드는 리벨리온도 지난해 620억원 시리즈 A 투자를 유치, 2020년 창업 이후 누적 투자자금이 약 1000억원에 이른다. 기업가치는 35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