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윤준보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팀이 나노종합기술원(원장 이조원) 강민호 박사와 협업해 우주 부품 수준의 내방사선 특성을 가지면서,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보다 3만 배 이상 프로그래밍 에너지가 낮은 나노 전자 기계식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용복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23년 1월호에 출판됐다.
반도체 메모리 소자들은 동작 원리상 근본적으로 방사선에 취약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회로나 추가적인 데이터 프로세싱을 수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내방사선과 낮은 동작 에너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방사선에 원천적으로 강인한 특성을 가진 나노 전자 기계 기술(NEMS)을 활용해 고에너지 방사선에도 강인할 뿐만 아니라 매우 낮은 프로그래밍 에너지를 가지고,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저장된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반도체 메모리를 사용하는 대신, 나노 크기 매우 작은 기계 구조에 전기 신호를 가함으로써 나노 기계 구조체가 실제로 움직여 하부 전극에 붙고 떨어지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매우 낮은 프로그래밍 에너지를 달성하기 위해 파이프-클립 스프링 구조와 구부러진 외팔보 구조로 구성된 상부 전극을 도입했으며, 특히 파이프-클립 모양 나노 기계 구조에 전류를 가해 열을 내는 구동 방식을 통해 프로그램된 구조체가 초기 상태로 복구할 수 있도록 해 반복적인 프로그램 동작에도 낮은 프로그래밍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장비·시설 인프라를 활용해 8인치 웨이퍼 수준 대면적 기판에 신뢰적으로 소자를 제작했고, 제작이 나노 전자 기계식 비휘발성 메모리의 프로그래밍 에너지는 차세대 메모리들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또 기계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동작 방식 덕분에 고에너지 방사선 조사 후에도 누설 전류 증가, 동작 전압 변화, 비트 오작동 등 성능 저하 없이 우수한 내방사선 특성을 보였다.
이용복 박사과정은 “우주 환경에서의 인공지능(AI), 초안정성 자율주행 시스템 등 내방사선과 높은 에너지 효율성이 필요한 다양한 미래 응용 분야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며 “세계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메모리 원천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과 관련해 미국, 중국, 대만, 한국 등에 6건의 특허가 출원돼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과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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