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과 중소기업이 초당 250억개 비트(bit)를 광섬유 케이블로 장거리 전송할 수 있는 광원소자를 국내 최초 상용화했다. 데이터 트래픽 폭증과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수요에 대응하는 기술 기반을 다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통신 전문기업인 엘디스와 함께 25기가비피에스(Gbps) 속도로 30킬로미터(㎞) 이상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소자(전계흡수방식으로 광신호를 변조하는 화합물 반도체 광원소자)'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5G 이동통신 등 대용량 통신서비스는 전류인가 방식으로 광원을 직접 변조했는데 이는 광원소자 전류 충·방전시간 지연과 변조속도 감소, 신호품질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
ETRI가 대안으로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소자를 개발했다. 이 방식은 전압인가에 따라 순간적으로 빛을 흡수해 광출력 세기를 조절한다.
연구진은 광원소자 출력단에 온·오프 신호를 만들 수 있는 전계흡수 변조기(EAM)를 집적해 소자를 제작했다. 변조속도 감소와 신호품질 저하 문제 해결이 가능해졌다.
신뢰성이 떨어졌던 '인듐-알루미늄-갈륨-비소' 화합물 조성을 '인듐-갈륨-비소-인' 조성으로 바꿨다. 이는 초기 신뢰성 확보에 유리하다.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소자는 세계에서도 소수 기업만 공급이 가능해 향후 해외수입 의존 탈피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그간 ETRI 연구개발(R&D)용 파운드리에서 쌓아온 화합물 반도체 기술, 국내 화합물 광반도체 전문 기업체 양산 기술을 성공적으로 융합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엘디스 양산공정에서 제작된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소자는 상온뿐만 아니라 섭씨 55℃ 고온에서도 25Gbps 전송이 가능하다. 100Gbps급 변조속도도 확보했다. 글로벌 경쟁제품과 동등한 수준이다.
엘디스는 우선 25Gbps급 제품 양산 수율을 높여 국내외 5G 시장에 공급하고 내년 상반기 목표로 100Gbps급 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종진 ETRI 광패키징연구실장은 “선행연구 성과가 기술 상용화로 이어진 우수한 사례라 의미가 크다”며 “사업화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제품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영탁 ETRI 기술이전 책임자도 “공정 변수에 매우 민감한 화합물 광반도체의 경우 안정적인 파운드리 운영이 관건”이라며 “연구진 파운드리가 세계 최고의 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호성 엘디스 대표는 “그간 정부의 소·부·장 산업 육성정책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광원에 대한 국산화 성공을 계기로 국내 화합물 광반도체 전문 기업체가 대외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국산 광원소자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센터 통신용량 증대를 위한 저전력 온보드 집적 400Gbps 광송수신 엔진 기술' 과제와 '데이터센터 내부 네트워크용 800Gbps 광트랜시버 개발'과제를 통해 이뤄졌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