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에 대해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1세대 벤처기업인이며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그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벤처 생태계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다산네트웍스는 1993년 통신 솔루션기업으로 출범한 이후 성장을 거듭한 끝에 17개 계열사와 2000여명 직원수를 거느린 다산그룹으로 변모했다. 벤처 기업이라는 말이 낯설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남 회장은 벤처 생태계 후배 기업을 위해서라도 혁신과 도전, 창조의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영원한 벤처로 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 회장은 국내 벤처 성장을 위한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산업 생태계 내에서 가격경쟁이 아닌 품질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남 회장은 “다산도 리눅스 기반 라우터 등 수많은 새 기술을 내놨지만 보호받지도,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해 힘들었다”며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합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것은 벤처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정부와 대기업이 솔선수범해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 회장은 “정부 공공사업부터 최저가 입찰 관행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기업들은 국내 대기업처럼 더 낮은 가격에 집착하기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지, 물건의 질이 얼마나 좋은가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간 진정한 상생이 이뤄져야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소위 갑을관계라고 칭하는 일방적이고 수직적 관계는 소통을 가로막을 뿐”이라며 “서로가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배 벤처인들에게는 국내 시장에만 매몰되지 말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것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남 회장은 “지금도 자회사인 다산존솔루션즈(DZS)를 통해 모바일 백홀, FTTH초고속 인터넷 접속 장비 등을 납품하는 미국 광통신 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네트웍스는 115개가 넘는 국가에서 AT&T, 벨, 소프트뱅크, NTT도코모, KDDI 등 대형 기업을 포함 1200곳이 넘는 사업자에게 통신장비를 공급해왔다.
남 회장은 후배 벤처인들에게 실패를 두려워 말고 새로운 분야에 끝없이 도전할 것을 권했다. 그는 최근에도 새로운 시장을 바라보며 기술 혁신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동차의 인터넷화에 올라탈 것”이라며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이 발달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양과 통신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이더넷 기반 유선통신기술 분야가 새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산네트웍스는 현대모비스와 차량 유무선 통신 통합 제어 장치인 CCU의 이더넷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도 중장비 유무선 통신을 관리·제어하는 장비도 개발 중이다.
남 회장은 향후 30년에 새롭게 도전한다.
그는 “30년 후에도 다산그룹이 꿋꿋하게 생존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여줘 벤처 후배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먼저 도전하고 끊임없이 혁신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영원한 벤처기업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