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카카오 진영의 SM엔터 지분 9.05% 인수가 무산되면서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이수만 SM엔터 창업자가 SM엔터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SM엔터는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카카오가 9.05%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SM엔터 신주·전환사채 발행과 카카오의 대금 지급기일인 6일을 앞두고 법원이 지난 3일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결정,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인수는 일단 무산됐다.
법원은 SM엔터가 신주·전환사채 발행 이유로 밝힌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도 사업 전략 수립단계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카카오에게 신주·전환사채를 발행, 2172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할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이 창업자는 SM엔터 지분 3.65%를 보유한 주주로 단독 가처분신청 자격을 인정했다.
또 SM엔터 현 경영진의 신주 등 발행 결정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임박한 상태에서 카카오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만 창업자는 하이브에 지분을 매도한 이유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음악 프로듀서로 저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를 대한다”며 “포스트 이수만 '더 베스트'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하이브”라고 설명했다. 이 창업자 법률대리인은 향후 SM엔터 현재 경영진이 위법행위를 반복하면 법적조치로 단호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지분인수 불발로 1대주주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하이브를 제외하고 SM엔터 지분을 5% 이상 가진 대주주는 없다. 2대주주 국민연금은 지난달 SM엔터 지분 4.64%를 매도, 지분이 4.32%로 줄었다. 컴투스와 KB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4.20%, 3.83%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창업자는 3.65%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가처분 인용으로 SM엔터 경영진이 회사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된 것”이라며 “SM엔터가 모범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구성원·아티스트 권익을 최우선하는 기업이 되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지분 40% 확보를 목표로 한다.
지분 확보 불발에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반격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도 최소 4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SM엔터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최소 952만4161주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3일 종가기준 최소 1조2306억원 규모 지분투자가 필요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