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스타트업은 자원이 상당히 제한적임에도 목표와 이정표를 확실히 세우고 이를 꼭 달성합니다. 다른 국가 스타트업과 차이죠. 최종 고객과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아난드 카만나바르 어플라이드벤처스 부사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열정'을 지목했다. 사업을 전개하는데 필요한 각종 자원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이를 극복하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카만나바르 부사장은 “좋은 인재들이 풍부하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특히 경쟁력이 뛰어난데 어플라이드 최종 고객인 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가 포진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어플라이드벤처스가 한국에 매력을 느낀 건 이뿐만이 아니다. 어플라이드벤처스는 지금까지 17개 국가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왔다. 그 중 한국은 어플라이드벤처스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걸맞은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것이 카만나바르 부사장의 평가다.
그는 “한국 정부도 기술에 특화된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력하다”며 “어플라이드벤처스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우호적 관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 2017년 어플라이드벤처스가 첫 펀드를 만들고 작년 2호 펀드까지 확대하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어플라이드벤처스는 2017년 한국벤처투자와 공동으로 2500만달러 펀드를, 지난해 중기부가 발표한 한미공동조성 펀드에도 참가해 2500만달러 규모 2호 혁신 펀드를 조성했다. 어플라이드가 특정 국가에 두 차례 펀드를 만든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올해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아스트라 코리아 2023'을 가동한 것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역량을 높이 산 결과다.
카만나바르 부사장은 어플라이드벤처스의 투자가 한국 스타트업 뿐 아니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PPACt'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PPACt는 전력(P)·성능(P)·크기(A)·비용(C)·시간(t)을 의미한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기술 개발과 제품 구현에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것이다. 카만나바르 부사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어플라이드가 미처 찾지 못한 PPACt 구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한국 스타트업 기술로 비용을 줄이고 시장에 진입하는 속도를 높이는 등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며 “어플라이드가 투자한 스타트업도 사업을 확장하고 솔루션을 고도화할 수 있어 상호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카만나바르 부사장은 이 같은 상호 호혜적 관계가 지속 확대되길 기대했다.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어플라이드와 한국 스타트업이 동반 성장하자는 취지다.
그는 “어플라이드벤처스 한국 투자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다”며 “앞으로도 좋은 투자 활동 아이템을 찾아가며 한국 첨단 혁신 기술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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