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벤처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다. 지금까지 세계 17개국 90곳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각국 스타트업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최대 1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지금까지 다수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를 이끌었다.
어플라이드벤처스가 다른 밴처캐피털(VC)과 차별화된 건 모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의 협업이다. 어플라이드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팹에서 자사 솔루션을 테스트할 수 있다. 혁신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큰 지원이 된다.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기술력을 키우는데 기여한다.
2007년 미국 스타트업 아데스토에 투자한 것이 대표 사례다. 어플라이드벤처스로부터 투자받은 아데스토는 반도체 신소재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실험했다. 그 결과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아데스토는 2015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아데스토 기술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새로운 첨단 장비를 만드는데도 도움을 줬다.
어플라이드벤처스와 한국의 인연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한국벤처투자와 공동으로 2500만달러 규모 첫 펀드를 조성했다. 작년에도 종소벤처기업부와 2500만달러 2호 펀드를 만들어 국내 스타트업 투자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벤처스는 한국 주요 테크 기업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3만7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160개 이상 VC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는 생태계도 핵심 투자 포인트로 본다. 어플라이드벤처스가 다른 VC와도 협업할 수 있는 토대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또 정부가 혁신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점도 어플라이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어플라이드벤처스는 각국 정부와 기관과 협력해 투자를 진행하는 독특한 모델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 성과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엔젯, 마키나락스, 포인트엔지니어링, 서남 등 총 8개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잉크젯 프린팅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엔젯은 2022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2020년 기업공개(IPO)한 서남은 고온초전도 소재 전문 기업이다. 양극산화막(AAO) 기술력을 앞세워 프로브 핀·카드 사업을 펼치는 포인트엔지니어링도 2019년 코스닥에 진입했다. 이들 스타트업의 성장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협업해 기술을 고도화한 것이 주효했다.
어플라이드벤처스는 국내 스타트업 지원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운용 중인 2호 혁신 펀드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한국 내 네트워크 활용 △한국 공급망 투자 및 성장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아이디어 창출 등을 투자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세계 24개국 120개 이상 도시에 거점을 마련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글로벌 네트워크와 수천개에 달하는 비즈니스 관계를 십분 활용,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의 12개 사업장과 2100명 이상의 인력, 사업 운영 경험과 노하우, 기술력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