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8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용 시장 수요 회복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치료용 영역도 확대되면서 연평균 10%가 넘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신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진다.
보툴리눔 톡신은 혐기성 세균인 보툴리눔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신경독소다. 신경세포로 들어가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해 근육이 이완되는 효과를 활용해 미간, 눈가 등 얼굴 주름을 펴거나 사각턱, 종아리 근육을 축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미국 제약사 엘러간이 상품화한 이후 미용 목적으로 널리 활용된다. 현재 사용되는 '보톡스'라는 명칭도 엘러간 오리지널 제품명에서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지난해 64억달러(약 8조 4537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1.5%씩 성장해 2030년 154억달러(약 20조3418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메디톡스가 지난 2006년 메디톡신으로 가장 먼저 허가를 받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휴젤은 2009년 보툴렉스를 허가받았고 대웅제약은 2013년 나보타로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3사가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3강 체제를 구축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하다. 나보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60여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80개국 이상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휴젤은 보툴렉스로 2021년 중국,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상반기 중 미국 FDA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진출과 함께 실적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보타는 지난해 국내 전통 제약업체가 개발한 의약품 중 처음으로 연간 수출실적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1421억원 중 수출이 77% 비중을 차지한다. 보툴렉스 지난해 매출은 1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8.9%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해외 진출과 함께 치료용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 외에도 사시, 눈꺼풀 경련, 다한증, 근육 강직, 만성편두통, 과민성 방광 등 치료에 사용된다. 국내 시장은 미용용 보툴리눔 톡신이 90%를 차지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60%가 치료용으로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메디톡스는 경부근 긴장이상 치료,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눈꺼풀 경련 등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과민성 방광, 양성교근비대증, 발한억제 등으로 적응증 확장을 꾀하고 있다. 휴젤은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소아 뇌성마비 환자 경직, 눈꺼풀 경련 등에 더해 과민성 방광, 경부근 긴장, 양성교근비대증 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 역시 경부근 긴장이상과 삽화성 편두통 등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벌어진 기업 간 소송 이슈가 장기전에 접어들고, 국가 출하 승인 이슈에 따른 품목허가 취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것은 보툴리눔 톡신 업계 리스크로 남아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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