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7.8의 대형 지진과 여진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 및 경제적 손실이 발생, 세계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지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관측 이래 규모가 가장 큰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과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이 발생,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했다.
지난해 규모 2.0 이상 지진이 77회, 3.0 이상 지진이 8회 발생했다. 이 가운데 지진 사례가 적은 충북 괴산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3.5와 4.0의 연속 지진, 올해 새벽잠을 깨운 수도권의 강화 해역지진 등으로 많은 국민이 지진을 경험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진은 매우 위험한 자연재해다.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로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와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기상청은 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지진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생산해서 전달할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지진조기경보서비스 시행 초기인 2015년 지진관측 50초 이내에 지진정보를 생산하던 것을 현재는 5~10초대로 단축했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전 국민 대상으로 지진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도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지진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고밀도 지진관측망 구축, 지진조기경보 및 현장경보 서비스, 지진정보 직접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진해일 및 화산업무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 및 피해 영향 등을 고려한 지진관측망 구축
현재 국가지진관측망은 관계기관 관측망을 포함해 390곳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진 발생 빈도 및 피해 영향 등을 고려해 인구밀집지역, 주요단층지역, 원자력이용시설 지역 등 집중감시구역 중심으로 좀 더 신속한 지진탐지가 요구된다. 이에 기상청은 해당 지역에 지진관측망 추가 확충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20곳에 대한 지진관측자료 공유 등 관계기관 지진관측망 활용을 확대, 현재 집중감시 구역에 대한 3초대의 지진탐지 시간을 1.5초대로 줄일 계획이다.
◇대국민 지진조기경보서비스 제공
지진조기경보는 지진파 가운데 맨 처음 관측되는 P파(종파)가 S파(횡파)보다 약 1.7배 빠르게 전파되고 S파가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특성에 착안, P파만 관측해서 S파가 도달하기 전에 지진 발생 상황을 알림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자동분석 기술이다. 현재 규모 4.0 이상 지진에 대해 최초 관측 5~10초 만에 지진정보를 생산해서 긴급재난문자 등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주요시설에 진도 기반 현장경보서비스 제공
규모 기반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시 4개 이상의 관측자료를 활용해서 정보를 생산하지만 진도 기반 현장경보는 2개의 관측자료를 활용해 특정 진도 이상이 예상되면 지진조기경보에 앞서 3~5초 수준에 지진정보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현장경보를 통해 지진조기경보의 분석정확도 확보가 어려운 해역지진에 대해 사각지대 해소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도 기반 현장경보서비스는 지난해 8월부터 진도 6 이상 지진 발생 시 원전·철도 등 주요 시설 및 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 등 22개 기관 대상으로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지진조기경보와 병합한 경보체계로 운영될 계획이다.
현재는 기상청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올해부터는 수요기관이 관측자료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자체 경보 기준도 설정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학교 등 직접연계서비스
직접연계서비스는 기상청 지진통보시스템과 관계기관 상황전파시스템 간에 중간 단계 없이 지진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로, 지진 통보 시 1초 안팎으로 상황 전파가 가능하다. 학교는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없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상청-교육청-학교 간 셋톱박스를 활용해 직접 연계하고, 기상청으로부터 지진정보가 수신되면 교내 방송으로 지진 발생 상황과 행동 요령을 자동 안내해 주는 음성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 및 15개 광역교육청과의 연계를 완료했고, 지난달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와 연계해서 터미널·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위경보 단말장치에 지진정보를 전달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앞으로 지자체 등 재난관리 책임기관과 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주기적 수요조사 및 홍보를 통해 확대할 예정이다.
◇지진해일 및 화산업무 역량 강화
우리나라는 지진에 비해 지진해일과 화산의 발생 빈도가 낮아 국민의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지진해일이나 화산 역시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먼저 지진해일 관측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실시간 위성항법장치(GPS) 기반 관측 기술을 개발해서 먼바다에도 지진해일 선도관측망을 구축할 계획이며, 인공지능(AI)형 폐쇄회로(CC)TV 기반 지진해일 자동관측기술 활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진해일 분석 및 예측 기술 정확도 향상을 위해 지진해일 예측모델 개선과 고해상도 수치모델 개발 연구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화산 감시·분석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한라산에 화산 관측망을 구축, 화산활동 감시·분석 및 화산 분화 잠재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위성영상 및 현지 관측자료를 활용해 백두산 화산활동 추이를 분석하고 있으며, 일본 후지산 등 국외 주요 화산에 대한 지표변화 분석을 통해 원격감시 기술도 개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화산재 예측의 불확실성 해소를 통한 신뢰도 향상을 위해 한국형 수치모델을 비롯한 다양한 수치모델 기반 화산재 확산 예측모델을 개발해 협업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상청의 지진·지진해일·화산 정책은 현장 중심의 국가안전 혁신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총괄 수립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의 주요 과제로 추진된다. 기상청에서는 지속 연구와 기술 개발로 신속한 지진정보를 생산,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국민이 평소 지진정보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진을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지진으로 말미암은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진으로부터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유희동 기상청장
〈필자〉 유희동 기상청장은 연세대 천문기상학과(학사·이학석사), 미국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이학박사)를 졸업하고 1990년 기상연구사로 기상청에 들어와 예보상황과장, 예보정책과장, 기후과학국장, 기상서비스진흥국장, 관측기반국장, 예보국장, 부산지방기상청장, 기획조정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1년 1월 차장을 거쳐 지난해 6월 청장으로 임명됐다. 기상·기후 분야뿐만 아니라 행정업무까지 겸비한 정통파 기상인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 후 기상법을 전면 개정 수준으로 정비, 기상업무를 더욱 견고히 했다. 국가기상업무의 근본이 되는 5개년 기상업무발전 기본계획을 수립, 기상업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