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클라우드를 자사 원격업무시스템(RBS) 라인업에서 걷어내고 삼성SDS '삼성클라우드플랫폼'(SCP)으로 대체한다.
RBS는 전 세계 삼성전자 직원 4만여명이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비중을 줄이는 신호탄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삼성SDS가 이번 사례를 발판으로 대외까지 클라우드 영향력을 넓힐 것인지도 관전포인트의 하나다. 삼성전자는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GCP' 등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RBS 클라우드 인프라로 이용하던 MS 애저 대신 삼성SDS SCP를 채택, 지난해 말부터 애플리케이션 이전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BS가 글로벌 운영 시스템인 만큼 한 번에 이전하는 것에는 리스크가 있다. 이달 말까지 일부 시스템을 이전한 후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한다.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나머지 시스템을 순차 이전한다.
RBS는 삼성전자 모든 직원이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RBS 2.0 버전이 개발되면서 4만∼5만명 동시접속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신속한 서비스와 보안성 강화를 위해 2020년 클라우드 인프라(MS 애저)를 도입했다. 애저 대신 삼성SDS SCP를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애저 도입 3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서비스 지원과 편의성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SCP를 선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전반적으로 클라우드 비용을 줄이는 기조를 택한 가운데 달러에 영향받는 외산이 아니라 국산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건은 프로젝트 완료 시 연간 이용료 등으로 약 1000억원이 집행되는 큰 규모”라면서 “삼성SDS는 윈백과 함께 국내 최대의 고객 사이트 확보 측면에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AWS 국내 최대 고객사의 하나일 정도로 AWS 의존도가 높다. 최근 몇 년 동안 AWS 외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GCP' 등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AWS 이용 비중이 크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한 해 AWS에 지불하는 인프라 사용료가 4000억∼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번 사례를 기점으로 삼성SDS가 그룹사 내 클라우드 입지를 강화할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최근 슈퍼컴퓨터(HPC) 전용 동탄 데이터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클라우드 시장 후발 주자지만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클라우드서비스(CSP),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등 전 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도 대비 약 33% 증가하며 1조원대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가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공공, 금융 등에서 주요 고객을 확보하면 그룹사 내외에서 삼성SDS 클라우드 도입이 점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RBS 라인업 '외산 축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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