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가 현실이 됐다. 아직 개발과 제조 분야 디지털전환이 완벽한 단계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폭넓고 다양한 디지털전환 전략은 이미 곳곳에서 수립되고 있다. 전략 실행은 단순히 시간문제라는 의미다. 이에 맞춰 시장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응용 기술이 없으면 현재 급변하는 시장에 대처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제품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다품종화는 제조업체에 도전 과제를 던진다. 바로 더 빠른 개발과 짧은 생산 주기다. 연구실에서 제조까지 기간, 궁극적으로는 제품 공급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머크가 영위하는 화학 산업에서도 제품 출시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또 시장이 요구하는 '맞춤형 제품'의 일부는 주문량이 매우 적다. 전통적 제조 공정으로는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용 증가와 시장 경쟁 압력은 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가중한다. 이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이다. 신제품을 신속하고 시장 요구에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발빠른 디지털전환 정책 수립…기업 성과도 가시화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에서는 산업 정책 우선순위로 디지털전환을 꼽는다. 디지털전환에 성공해서 글로벌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첨단 기술 개발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만 생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결국 스마트 기술을 지속 적용하고 활용해서 제품 품질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디지털전환의 핵심 역량이다.
한국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생산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 전략을 세웠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중소기업의 자동화 기술 발전과 확장을 장려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에 4억1440만달러를 투입했다. 이러한 성과로 한국은 최첨단 기술 장비와 산업용 적층 제조 기술 분야에서 남다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스마트 제조를 도입한 여러 기업이 있다. 도입 결과 생산성 개선, 비용 절감 등 큰 장점을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현실(VR) 디자인 품평장을 열고 개발비용과 개발기간을 각각 15%, 20%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구사해 제조 설비에 실시간으로 연결,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시스템 비가동 시간을 줄였으며, 생산능력을 높였다.
2017년부터 독일과 한국이 산업 디지털전환 협업을 이어 온 것도 좋은 사례다. 일례로 스마트공장 사업관리시스템(KOSMO)과 협업은 4차 산업혁명 솔루션을 위한 혁신과 상호운용성 촉진을 목표로 한다. 이 협업은 양국 중소기업에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연성과 효율성, 더 이상 상충 요소가 아니다 : 지속 가능한 생산을 향해
지속가능성 또한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줄이기 위한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는 기업의 수가 늘었다. 파리 협정 목표 달성과 지구 온도 상승폭을 2℃ 아래로 낮추는 데 기업이 기여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한다. 머크도 2040년까지 기후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
산업 공정의 디지털전환은 자원 소비의 최적화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도움이 된다. 이는 산업용 IoT,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5세대(5G) 통신을 포함한 광범위한 기술과 혁신이 연결된 스마트 네트워킹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응용 기술 간 스마트 연결로 제조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모듈화돼 있다. 즉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결합이 가능한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춘 특수한 생산 유닛으로 구성됐다. 모든 모듈은 서로 연결돼 상호 통신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자가 학습이 진행된다. 제조 공정을 예측하고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컴퓨터 도움으로 전체 생산 프로세스 모니터링도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생산 가치사슬을 더욱 유연하게 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독일화학산업생명공학협회(DECHEMA)가 진행하고 머크가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생산 가치사슬의 변화는 중기적으로 최대 30%의 재료 및 에너지 절감 효과를 준다. 생산 비용도 낮아지고 환경 오염 척도를 나타내는 '환경발자국'도 줄일 수 있다.
머크 일렉트로닉스는 화학업계 최초로 이런 선진화 단계를 밟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다. 2021년부터 제조 유연성과 효율성 증진을 위해 지멘스와 협업, 제조 시설 모듈화를 시작했다. 동시에 연구실 환경에서도 동일한 자동화 표준을 사용한다. 머크가 디지털전환 전략 달성 여건을 조성했다. 이러한 행보는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신규 연구동인 E65에서 코파데이타가 개발한 자동화 소프트웨어(SW)를 적용하며 시작됐다. 전 세계에 있는 머크 연구실 환경에도 이러한 변화가 도입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과 제조 공정을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생산 영역과 달리 R&D에서는 시스템의 정기적인 재구성과 작업 단계의 지속적 변경이 일상 업무다. 미래에는 중앙 관리시스템을 통해 모든 시스템 간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개별 작업 단계는 모듈에 저장되며, 연구자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이러한 모듈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결합해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상자 속 공장(Factory in a box): 상용 생산을 향한 고속도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팩토리를 '상자 속 공장'이라고 한다. 이는 R&D 과정의 유연성을 크게 높여줄 뿐만 아니라 연구실과 공장을 일직선으로 잇는 경로를 만든다. 즉 연구실에서 개발한 화학식을 생산 라인에서 일일이 재구성하면서 노력을 허비하는 일을 없애 준다. 신속하게 대량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실 시설이 가장 작은 생산 단위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개념 도입으로 머크의 제품 시장 출시 시간을 최대 50% 단축할 수 있었다.
스마트 제조 공정의 모든 변화는 우리가 인간과 기계 간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생산 가치사슬의 제어 회로가 점점 더 자동화 및 자기 제어화되어 가는 가운데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공정을 모니터링하고 결정을 내리며, 중대하고 결정적인 순간엔 개입하는 등 책임을 지는 주체다. 여기에 더해 미래에도 여전히 자동화의 모든 허술함을 메우는 일은 인간의 개입 없이 불가능하다. 결국 사람이 사업적 성공의 근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CEO) communication.mkor@merckgroup
◇카이 베크만 머크 일렉트로닉스 회장은..
1965년생이며, 1984~1989년 독일 다름슈타트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1998년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머크 정보기술(IT) 컨설턴트로 입사하고, 1999~2004년 정보 관리와 컨설팅 부서 임원으로 일했다. 2007년 머크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돼 기업 정보 서비스를 총괄했다. 머크 최고행정책임자(CAO)로서 그룹 인사,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조달, 사내 컨설팅, 사이트 운영 및 비즈니스 서비스와 환경·건강·안전·보안·품질을 총괄했다. 2011년 머크 이사회 멤버로 합류, 2017년 9월부터 머크 일렉트로닉스 CEO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