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면서 인연이 닿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가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구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고 느낀 무렵이었다.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을 출입하며 많은 '브레인'을 접했는데 그 가운데 출중하다고 느낀 연구자였다. 그동안 기자는 이런 '연구자와 출연연의 이별'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거취는 개인이 결정할 일이다. 당연히 대학에서도 연구를 할 수 있다. 떠난 이들의 새로운 길을 응원하지만 출연연을 오래 지켜봐 온 기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안 그래도 근래 몇 년 사이 출연연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출연연이 예전만큼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다” “연구원들이 기회만 되면 교수 자리 찾아간다”는 얘기는 전부터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떠나는 연구원 수가 늘고 있다.
인력 이탈을 막지 못한다는 현실을 걱정하고, 심지어 절망하는 내부 목소리도 들린다. 근래에는 굳이 찾지 않아도 사적·공적 자리를 가리지 않고 인력 문제를 토로하는 이를 여럿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대로는 출연연의 인적 경쟁력이 수직 낙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만연해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숙제는 한두 건이 아니다. 출연연의 인력 이탈 문제 원인은 복합적이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일터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현행 '연구과제중심제도'(PBS)는 출연연 연구자들이 과제를 따러 다니게 만든다. 이름은 출연연인데 적절한 출연금을 받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정부 기조에 맞춰야 한다는 출연연의 특징도 연구 현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된 연구 분야가 통째 바뀌는 경우도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와중에 연구자 처우도 사기업이나 대학에 비해 떨어진다. 환경이 좋거나 급여를 많이 받거나 안정적이거나 어느 하나라도 좋아야 하는데 장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정도면 출연연에서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모두 바꿔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나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처우개선 정도다. 핵심은 총액인건비 제도 아래에 있어서 연구자가 원하는 수준의 인건비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년은 61세인데 임금피크제까지 적용돼 우수 인력을 잡아두기가 어렵다.
출연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연구자의 처우 개선이 필수다. 자기 일에 만족하는 사람을 모아야 경쟁력과 기능을 존속시킬 수 있다. 우선은 정부와 출연연이 관련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공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