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주파수경매권 상실... 미국 ICT업계 '카오스'

FCC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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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경매 권한이 30년 만에 상실됐다. 미국 여야의 네트워크 투자와 망중립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른 갈등,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에 따른 사상 초유의 사태다.

6세대(6G) 이동통신 시대를 앞두고 핵심 자원인 주파수 분배가 지연되는 상황을 맞아 미국 정부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상원 의회는 FCC의 주파수경매권 연장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효력을 상실시켰다.

FCC의 주파수경매권 박탈은 30년 만이다. 미국 의회는 1994년 개정한 전파법에서 FCC의 주파수경매 권한을 '일몰제' 형태로 부여했다. 이후 1998년, 2012년, 2022년 등 수차례 법률 개정으로 일몰을 연장, 올해 3월 9일까지 권한이 부여됐다. 일몰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하원이 오는 5월 19일까지 FCC 경매 권한을 임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이 최종 부결시킨 것이다.

상원 일부 의원들은 군사·공공용 주파수 보호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있어야 민간에 대한 FCC의 주파수경매 권한을 승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무부 국가통신정보국(NTIA)이 주파수관리 권한을 일시 행사하게 됐지만 여야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주파수 경매가 언제 부활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무선통신기술협회(CTIA)는 주파수로 말미암아 약 8250억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창출, 450만개의 미국 일자리 지원과 함께 첨단산업 성장을 이끌었다며 정치권이 타협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의 주파수경매 일시 정지는 한국 기업에 미치는 타격은 당장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 등 네트워크 장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언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기 손(Gigi Sohn)을 민주당 몫 FCC 상임위원으로 추천하려 한 것이 실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기기 손은 강력한 망중립성 옹호자인 톰 휠러 전 FCC 위원장의 고문 출신이다. 손은 망 중립성을 옹호하는 퍼블릭 놀리지 재단을 설립했다. 손은 소비자가 스포츠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지역방송 신호를 포착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캐스트'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통신·방송 진영과 적대적 관계였다.

반면에 공화당은 버라이즌 출신 아지트 파이 전 FCC 위원장을 비롯해 콘텐츠사업자의 네트워크에 대한 공정한 기여를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은 통신사업자와 적대적인 손에 대해 격렬한 비토 입장을 취했고, 손은 지명 후 사퇴해야 했다. 이후 갈등이 증폭되면서 여당인 민주당이 주파수 경매 권한을 비토하며 주파수경매권한 박탈 사태로 이어졌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