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뜰폰 시장은 가입자 1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통신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올해는 공공요금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고정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30일, 토스의 알뜰폰 자회사 토스모바일이 알뜰폰 요금제를 공개했습니다.
토스모바일의 알뜰폰 요금제는 공개 전부터 사전 신청에 15만 명이 몰리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사전 신청자 중 20대·30대 비중이 총 68%였어요. 알뜰폰 주요 고객층으로 꼽히는 젊은 세대의 큰 관심을 받았던 거죠.
요금제는 토스 앱을 통해서 빠르게 신청할 수 있는데요. 지난달 말에는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사전 신청자뿐만 아니라, 모든 토스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알뜰폰 요금제를 개시한 건데요. 본격적인 서비스 출범 이후 약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 어쩐지 부정적인 여론이 꽤 많습니다. 까놓고 보니 ‘알뜰하지 않은’ 알뜰폰 요금제 때문이에요.
‘알뜰폰 맞아?’…비싼 토스모바일의 알뜰폰 요금제
토스모바일은 총 4종의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기본 제공 데이터 7GB, 15GB, 71GB, 100GB 요금제 등 4가지인데요. 가격표를 보면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7GB 2만 4800원, 15GB 3만 5800원, 71GB 5만 4800원, 100GB 5만 9800원이에요. 한눈에 봐도 여타 알뜰폰 요금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3개월 프로모션으로 요금을 1~2만원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일시적인 것이라 큰 의미는 없어요.
실제로 토스모바일과 같이 금융권에서 등장한 KB국민은행의 리브엠(Liiv M)의 요금제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데이터 110~150GB를 제공하는 리브엠의 무제한 요금제는 한 달에 4만 7500원~4만 8900원 수준이었어요. 토스모바일의 100GB 무제한 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1만 원 넘게 차이납니다.
알뜰폰 최대 장점 ‘저렴함’ 버린 토스모바일, 차별점 뭐길래
알뜰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에요. 이름에서부터 이미 '알뜰'하잖아요. 알뜰폰 사업자는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통신망 구축 비용이 들지 않아요. 게다가 대리점을 운영할 필요도 없죠. 애초에 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이 통신 3사보다 확연히 적습니다. 그래서 통신 3사보다 훨씬 더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는 거예요.
토스모바일의 요금제도 KT와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사용합니다. 별도의 망을 구축한 것도 아닌데, 토스는 왜 이렇게 비싼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 걸까요. 토스에서는 “알뜰폰 요금제가 저렴하다는 건 고정관념”이라는 답을 내놨어요. 대신 다른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웠어요. 가격이 아닌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겁니다.
우선 회사가 말하는 강점을 살펴보겠습니다. 토스는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고, 유심을 배송받는 과정이 고객 입장에서 까다롭다고 봤는데요. 토스모바일 요금제는 토스 앱에서 바로 신청이 가능하고, 토스 인증서로 빠르게 본인 인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퀵 배송 업체 ‘바로고’와 협업을 통해 유심 당일 배송이 가능해요.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일부 광역시에선 유심 수령까지 평균 17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한 고객센터를 24시간 운영한다는 것도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데이터를 쓰지 않은 만큼 캐시백해주는 혜택도 있습니다. 100GB와 71GB 요금제에 한정해서 토스포인트로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데요. 100GB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를 10GB 미만으로 사용했을 때 1만원 캐시백을 제공합니다. 71GB 요금제도 마찬가지고요. 5000원 캐시백을 받으려면 100GB 요금제는 10~30GB 미만을, 71GB는 10~20GB 미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요금제 할인 혜택을 주는 건 그나마 15GB 요금제입니다. 해당 요금제는 매달 1000원 할인을 해줍니다. 다만, 아직 KT 망만 사용이 가능해요.
‘비싼데 퀵 배송, 캐시백이 다 뭔 소용?’…소비자 반응은 냉랭
다만 캐시백 혜택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지는 미지수입니다. 10GB 미만을 써야만 1만원 캐시백을 제공한다는 기준이 터무니없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애초에 100GB, 71GB를 선택하는 고객은 데이터를 넉넉하게 쓰고 싶은 고객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해당 요금제 가입 고객들이 토스모바일의 캐시백 기준처럼 사용하는 건 어쩌다 한 번일 겁니다. 드물게 있는 일을 위해 타사보다 더 비싼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전반적인 소비자 반응도 냉랭합니다. 저렴하지도 않은 요금제를 내놓고 퀵 배송이나 간편 가입이 다 뭔 소용이냐는 겁니다. 정황상 토스모바일은 알뜰폰 시장에서 경쟁하며 시장을 확대하기보다는 회사의 금융 서비스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토스는 예전부터 앱에서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는 슈퍼 앱을 꿈꿔왔죠. 이번에 알뜰폰 시장에 진입한 것도 슈퍼 앱을 향한 발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장부터 말 많은 토스모바일의 알뜰폰 요금제, 논란을 딛고 알뜰폰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