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일본 방문을 통해 역대 최악이었던 한일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17일 이틀동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해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셔틀외교' 복원 등에 합의했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경제안보대화도 출범했다.
◇韓日관계 새 지평
우리나라와 일본 정상이 다자외교 계기가 아닌 순수한 양자 방문으로 상대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두 달 뒤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후 12년여 만이다.
대통령실은 “정상간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셔틀외교를 재가동하고 대통령실과 각 부처가 일본의 상대 파트너와 활발한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다”면서 “정상회담 결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새로운 경제안보 공동체의 핵심 협력 파트너인 일본과 공급망 협력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기존 협력 채널 복원 노력을 해 나가면서, 공급망 안정화와 핵심 첨단기술의 진흥과 같은 경제안보 분야로도 협력 범위를 확장했다. 수출시장 확대, 과학기술 협력 강화 등 양국의 공동이익 달성을 위한 상호 노력 의지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일본과 △중요한 교역 파트너로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콘텐츠, 소비재 등 상호 호혜적인 수출 및 전략적 협업 확대 △우주, 양자, 바이오,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를 선도할 신기술·신산업 공동 연구개발 확대 △금융·외환 협력을 새롭게 구축해 위기 상황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도 동참
양국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합의하자, 우리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는 것을 넘어 직접 일본 경제계를 만나 협력 물꼬를 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주요기업 총수 등은 17일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대거 참석, 일본의 스미토모화학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미쓰이 물산, 히타치제작소, 아사히 카세이, 미쓰비시 상사 등의 회장 등을 만나 상호 투자 등 경제 협력 확대에 뜻을 같이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敵)은 적을수록 좋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환영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양국 간 파트너십이 다방면으로 공고해지도록 책임 있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