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만성염증은 혈관을 따라 곳곳을 다니며 신체를 손상시킨다. 세포의 노화와 변형은 물론, 면역계를 교란시켜 암, 심뇌혈관질환을 비롯해 관절염, 염증성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중요 원인이 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약초 '개느삼'이 항염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개느삼을 활용한 항염증성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신형식)은 김길남 춘천센터 박사팀이 양구군, 국립수목원과 함께 개느삼 뿌리 추출물이 염증 억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20일 밝혔다.
개느삼은 한국 고유 특산식물로 함경도와 평안도, 강원도 북부 지역 등에 서식한다. 강원도 양구군 한전리와 임당리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372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양구군은 개느삼을 대량으로 재배해 산업 활용 기반을 마련했다.
개느삼은 그동안 진통과 소염, 해독, 타박상, 어혈 등 치료에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개느삼 전초, 줄기, 뿌리 추출물로 항염 효과를 비교·확인하고자 했다. 쥐 '대식세포(RAW 264.7)'에 염증 반응을 유도한 후 대표적 염증 유발물질인 산화질소 생성 저해율을 측정했는데 개느삼 뿌리 추출물을 처리한 대식세포에서 산화질소 발현이 47.5% 감소했다. 뿌리 부분 항염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개느삼 뿌리 추출물은 염증 유전자 발현 조절 단백질인 '엔에프 카파비(NF-kB)' 활성을 감소시켜, 염증 유발 단백질인 'iNOS'와 염증성 사이토카인 한 종류인 '인터루킨(IL-6)' 발현을 각각 77.8%, 42.7% 억제했다.
연구진은 세포가 아닌 동물 수준에서도 개느삼이 염증성 부종에 미치는 항염 효과를 관찰했다. 염증을 유발하는 '카라기난'을 쥐의 발에 주사해 부종을 유도하고, 개느삼 뿌리 추출물을 경구 투여했을 때 부종 역시 현저히 완화됐다.
연구에 사용한 개느삼은 양구군과 국립수목원에서 분류·동정돼 식재한 야생화를 활용했다. 염증 유발에 관여하는 단백질 발현 현상은 KBSI 춘천센터에 설치된 첨단 연구장비 '공초점 레이저 형광현미경'을 활용해 면역 형광염색법으로 규명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특히 양구군에서 자라는 희귀약초인 개느삼을 활용한 이번 연구는 천연물질을 활용한 산업 육성의 시작점”이라며 “양구군에 서식하는 개느삼 등 희귀 야생화를 보존·연구해 국내 천연물질 활용 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형식 KBSI 원장은 “이번 연구는 민간에서 전해진 식물 사용 사례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로, 기능성 화장품 및 식품소재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개느삼이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생물소재로 조기 활용될 수 있도록 상용화 등 후속 연구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BSI 춘천센터 운영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지난 2월 10일 통합&보완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민족약학 저널'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