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정의는 불의보다 못하다.”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법무부의 조속한 판단을 기다리며 리걸테크 산업 협의회장은 이같이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0월 로톡 이용 변호사에게 징계를 의결했고, 징계 변호사들은 12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진행했다. 변호사법 98조에 따라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심의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최근 법무부는 징계 이의신청 심의 기간을 6월까지 3개월 연장했다.
갈등 장기화로 로톡의 피해는 상당하다.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에게 징계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가입 변호사 수는 급격히 줄었다. 2021년 3월 3966명에 이르던 가입 변호사 수는 2000명대로 반토막 났다. 수익성도 급속히 악화했다. 로톡은 직원 5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 접수에 나섰다. 확장 이전한 서울지하철 강남역 인근 신사옥도 내놓고, 전원 재택근무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연된 판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로톡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 한 세무 플랫폼은 기획재정부에 자사 비즈니스모델(BM)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2021년 11월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세무 대리의 소개·알선 금지 조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세무사법에 관한 내용은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라며 책임을 돌렸다. 국세청에서도 유권해석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몇 개월 동안 답신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유권해석을 취하해 달라'였다. 해당 플랫폼은 BM을 광고 모델로 바꿨고, 매출의 약 40%가 급감했다.
플랫폼 갈등 이슈에서 부처의 소극적 태도는 혁신 서비스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수의 전문직역이 징계나 불이익 우려로 플랫폼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다. 결국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은 전문직역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일반인이다.
이미 다수 이용자는 혁신 서비스의 편의성과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쩜삼, 로톡, 강남언니, 닥터나우 등 일반 이용자의 약 60%는 혁신 플랫폼이 전문직 서비스 이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약 80%는 전문직역 권익 보호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혁신 서비스 활성화는 국민 목소리다. 일부 이익 집단의 요구로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퇴행 행보이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나치게 길어진 소송 기간으로 판결문이 쓸모없게 되거나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으로 정해 뒀다. 혁신 사업 판단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 지나치게 길어진 판단으로 혁신 서비스 플랫폼이 사장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된다.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느린 혁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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