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힘입어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쇼(CES) 2023'에 참가해 다목적 일체형 수소 충전장비와 수소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UGV)를 선보여 두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 2020년 창업한 수소충전기 스타트업 심규정 비티이 대표가 CES에서 일군 성과다. 수소 충전소용 디스펜서와 이동형 수소충전기가 주력 제품인 이 회사는 K-water 지원으로 CES 2023에 참가했다. 물 산업을 지원하는 K-water와 겉으로는 관련성이 적어 보이지만 창업 초기부터 지원을 받았다. 이는 K-water가 바라보는 미래 물 산업의 패러다임과 관련이 깊다.
◇전통 물 산업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접목 시장 확대
K-water 관계자는 “전통 물 산업은 물 공급 및 하·폐수 처리 분야에 국한됐다”며 “최근 기후변화와 물 부족, 안전 등에 맞춰 AI, IoT, 디지털 트윈,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융합돼 물 산업이 기술 산업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비티이는 수상 태양광 발전 등에서 나오는 수소를 활용해 이를 충전용으로 만들고 UGV 같은 모빌리티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내년 말께 양산에 들어가 2025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댐 유역 관리용 드론이나 로봇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심 대표는 이번 CES 2023 참가를 계기로 미국, 유럽, 말레이시아, 중동 등지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K-water 지원 기업은 비티이 이외에도 다양하다. 일례로 K-water는 'CES 2023'에 국내 물 기업 14개사와 동반 참가했다. 이곳에서 디지틸 트윈 기반 유역 물관리, 스마트 댐안전 및 녹조관리, 스마트 정수장, 스마트 시티, '워터라운드(wateRound)' 등을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에스엠티는 수도꼭지 수질 모니터링과 수열에너지 관리시스템, 위플랫은 지능형 누수관리 솔루션, 에코피스는 AI 수질정화 솔루션 등으로 9개사 10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CES를 통해 방문자 8000여명이 다녀갔다. 수출 상담은 640여건, 900만달러에 달하고 투자유치 협의도 1300만달러 가량 이뤄졌다.
◇단계별 지원으로 '수퍼빈' 등 유니콘 발굴
이 같은 CES 2023 성과는 K-water가 지난 2018년부터 4600억원 규모 물산업 특화펀드 등 물 산업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이뤄졌다. 특히 지난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지원사업인 초기창업패키지, 창업 도약 기관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최초로 물 산업 혁신산업 전주기 지원체계를 완성했다. 혁신 창업가 발굴부터 스타트업 지원, 고성장 촉진, 조기시장 진입, 해외 시장 진출의 창업 전주기 지원체계를 운영한다.
초기 3년 이내 창업기업에는 1억원 이내 사업화 자금과 투자유치와 실검증 테스트베드, 맞춤형 컨설팅 등 특화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 '데스밸리'로 불리는 창업 3~7년차 기업에는 최대 3억원 이내 자금과 전담 멘토, 연구개발(R&D) 기획, 팀 빌딩 워크숍 등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발굴한 스타트업은 174곳에 이르고 멘트링·기술실증·투자유치 등을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400억원 매출과 615명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1000억원 이상 가치를 지닌 예비유니콘 기업 수퍼빈도 발굴했다. 수퍼빈은 AI 기반 순환자원 회수로봇 기업으로 누적투자유치 금액이 410억원에 이르고 기업가치는 1800억원으로 평가된다.
창업 초기 물 기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공식 플랫폼을 구축해 참여기관 61곳과 함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것도 스타트업에게 큰 기회다. 이를 통해 물 산업 79건을 포함해 251건 기술개발 실·검증을 지원했다. 구매와 연계한 구매조건부 지원과 기업 간 상생을 꾀하는 성과공유제 등도 병행 지원한다.
이덕준 물산업투자기관협의회장은 “테스트베드 실·검증과 구매조건부 지원 등 K-water의 다양한 지원책이 초기 물 산업 기술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K-water 마중물을 통해 우리나라 물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여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