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콘텐츠 정책 컨트롤타워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의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발족을 위한 국무총리 훈령이 발효됐다. 위원회는 앞으로 미디어·콘텐츠 산업 융합 발전 전략과 정책 방향, 법·제도 정비 등에 관해 국무총리 자문에 응하게 된다.
그러나 업계와 학계 중심으로 위원회의 제한적 역할을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미디어·콘텐츠 정책과 규제 역할이 나뉜 복잡한 거버넌스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중 규제와 중복 지원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위원회가 단순히 국무총리 자문만 담당하면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방송개혁위원회'와 노무현 정부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참고해야 한다. 당시 방송시장을 고려해서 방송법을 제정하고 인터넷(IP)TV 탄생 등 산업이 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들 위원회의 성과를 참고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디어·콘텐츠 시장은 디지털에 기반을 두고 급변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진 미디어·콘텐츠 시장 상황을 고려한 법·제도 개편과 함께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 해소가 시급하다. 공영방송 수준의 규제를 받고 국내외 OTT보다 과도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현재 케이블·IPTV·위성방송 사업자가 미디어산업에서 퀀텀점프의 일익을 담당하기는 쉽지 않다. 규제에서 자유로운, OTT에 준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새 시대에 걸맞은 전부개정 수준의 법률 제정은 관계부처 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 관계부처를 아우른 부처별 권한과 규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발전 및 진흥 관점에서 제도 개선을 주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을 수립하고도 성과없이 장기간 공회전한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국판 넷플릭스·디즈니를 넘어 세계에서 독보적인 K-미디어·콘텐츠 탄생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핵심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가 필요하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