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은 개 식용으로 전 세계의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88올림픽 전후로 대부분 금지됐으며 오히려 현재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반려견 비율이 적지 않은 나라가 됐다.
이에 반해 아직도 개를 포함한 동물이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곳이 있는데 바로 동물실험 현장이다.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거나 화장품, 식품 등 안전성을 알아내기 위해서 개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 실험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인들의 동물실험에 대한 시각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때 시행된 나치와 일제 생체실험에 버금갈 정도로 민감하다.
일례로 포유류를 이용한 동물실험뿐 아니라 '제브라피시'라는 작은 물고기도 척추를 가졌다는 이유로 동물실험 금지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제를 나타내는 말로 '동물실험 3R' 원칙이 있다. 'Replacement(대체)' 'Reduction(절감)' 'Refinement(개선)' 원칙이다.
동물실험은 최소화하며 이를 대신할 대체 시험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핵심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활동으로 확산돼, 동물실험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 제품은 수입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이 동물실험을 규제하거나 축소하려는 이유는 좀 다르다. 미국은 그동안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 없이 많은 동물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막상 사람에게 사용 가능한 약 개발은 미미했다. 이에 따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동물실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으며, 신약 개발에 있어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철폐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전 세계 동물실험 양상을 바꿀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다.
유럽과 미국 사정이 어떻든 간에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고, 이를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동물대체 시험법이다. 현재 전 세계는 대체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이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KIST 유럽연구소는 대안을 찾기 위한 동물대체 시험법 개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인간 세포를 이용해 인체 장기 기능을 가지는 구조체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동물대체 시험을 할 수 있다. 줄기세포 기술,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결합해 구조체를 만드는 첨단 동물대체 시험법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칩 형태로 간편하게 만들어 신약 개발이나 독성 평가에 쉽게 적용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동물대체 시험법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려면 항상 재현성을 평가하는 표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기업 넥스트앤바이오와 함께 글로벌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물대체 시험법 개발은 생명체 존중이라는 근본적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은 무역장벽 관련 규제 당국의 주요 결정 수단으로까지 활용된다. 동물대체 시험법을 찾지 못하면 장벽에 막혀 시장수요가 큰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려면 동물대체 시험법 개발이 시급하다.
김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장 soohkim@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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