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해킹 수법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은 디지털 사회를 맞아 가장 많이 구사된 해킹 수법이다. 마찬가지로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은 사회과학적 수법을 이용한다. 이메일 등으로 연결고리를 만든 후 시스템에 침투한다. 물리적 망 분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과거 방송사와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킨 '320 사태'가 바로 그것이었다. 요즘은 해킹 범죄가 경제사범화되고 있다. 전산 시스템을 인질로 거액을 요구하는 행위가 빈번해졌다. 대표적인 게 랜섬웨어 해킹이다.
이 때문에 랜섬웨어 피해가 나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1분기까지 보안 전문기업을 통해 확인된 사이버 침해 10여건 가운데 실제 신고가 이뤄진 사례는 고작 2건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의도적 회피, 사실 관계 숨기기에 급급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 의무화' 규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제약사 A·B사와 건설사 C사는 모두 랜섬웨어에 감염된 후 해커와의 직접 담판을 선택했다.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이를 관계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랜섬웨어는 기업의 중요한 파일이나 시스템을 암호화한 후 이를 인질로 해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세 기업 가운데 한 곳은 암호를 푸는 조건으로 해커에 수십억원을 지급했다. 조용한 해결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기업이 해킹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는 쉽지 않다.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홍보비를 투입한 게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침해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그 사실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즉각 대응을 통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다. 민간 기업의 경우 해킹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고 의무화 규정이 좀 더 실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