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연이어 중국 내 주요 행사에 참석, 대중국 전략 행보를 이어간다.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 놓인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해법 모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 등에 따르면 이날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는 중국개발고위급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00여명에 달하는 글로벌 CEO 참석자 명단에는 아람코의 아민 핫산 나세르, 애플의 팀쿡,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레 칼레니우스 등을 포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로 열린 이번 면담은 '실세 총리'로 통하는 리창 총리 주재 하에 중국 지도부의 대외 개방 기조를 강조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설명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참석자는 중국 측이 사전에 지정했다.
이 회장은 중국 내 삼성전자 사업에 관한 내용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4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또다른 측근으로 꼽히는 천민얼 텐진시 서기와 면담했다.
28일부터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최태원 SK 회장이 참석한다.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은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개최된다. 올해 주제는 '불확실한 세계: 단결과 협력으로 도전을 맞이하고, 개방과 포용으로 발전을 촉진하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오프라인 행사는 잠정 중단됐다가 올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린다. 이번 포럼은 리창 총리의 국제 데뷔 무대로도 주목 받는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중 패권 경쟁 속 반도체 사업 해법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반도체 사업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압박이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안고 가야하는 고민에 직면한 상황이다. 총수가 나서 중국 고위 관료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 미국 압박 속 대미 투자를 늘리면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절충안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출범한 시진핑 3기 집행부는 연일 대외 개방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리창 총리 역시 보아오포럼에서도 제도적 개방과 적극적인 지원 등을 강조하며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보아오포럼에서는 최 회장이 리창 총리와 면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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