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주의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염세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듭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말이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놓고 도돌이표 논쟁이 이어지자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는 만큼 본회의에 올려 찬반을 묻자는 취지에서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두고 두 가지 시선이 충돌하고 있다. 대규모 벤처투자의 길을 열어 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와 재벌 대기업 경영 세습에 악용될 것이란 의견이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일부 의원들의 우려 섞인 시선 때문에 1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이 재벌 대기업 세습 악용 등을 들어 법안 개정을 막아서고 있다. 27일 전체회의에서도 두 의원 모두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박 의원은 주주 평등원칙 위배와 실효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다수 의결에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1년여 동안 논의가 진전 없이 답보 상태에 머무른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 의원은 반대 의사를 고수하면서 벤처기업계 숙원은 또다시 미뤄졌다.
일부 의원들의 우려가 있지만 복수의결권제는 벤처업계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제도다. 벤처·스타트업 창업자가 지분 희석에 따른 경영권 약화의 부담 없이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자금은 혁신성장에 동력으로 작용,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투자자인 벤처캐피털(VC) 역시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원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대표(창업자)의 낮은 지분율이 상장 허들로 작용,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VC업계는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기업공개(IPO) 문턱이 낮아지면 회수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에 창업자 존재감은 상당하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창업자와 핵심 인력 등 인력 구성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사업 아이템을 변경하는 피벗이 여러 번 벌어져도 결국 사업 성공은 창업자가 좌우하는 것으로 본다.
복수의결권 도입에 따른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1년여 논의를 거치면서 상속·양도 시 복수의결권주식을 보통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편법 세습의 악용을 차단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되는 경우 권리는 상실된다. 보유 기간에 상장할 경우 3년 유예를 거쳐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담았다.
다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법사위 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다음번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혔기 때문이다. 벤처·스타트업이 투자 혹한기를 뚫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벤처 생태계에 날개를 다는 결과를 기대한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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