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유일한 중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사인 JOLED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26년 전 세계 최초로 OLED TV를 만든 일본이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OLED 시장에서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에 불이 꺼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JOLED는 27일(현지시간) 도쿄지방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재무건정성이 악화돼 이대로는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JOLED는 부채가 337억엔(약 3340억원)에 달해 사업 철수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노미·지바 사업장을 폐쇄하고 약 28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기술 개발 부문은 재팬디스플레이(JDI)에 매각한다. 그러나 JDI가 OLED 사업을 이어 받아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 JOLED는 중형 OLED를 각각 만들었다.
JOLED는 2015년 1월 소니,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일본 기업과 민관공통투자펀드(INCJ)가 합작해서 세웠다. 일본 내 유일한 TV·모니터·노트북용 OLED 패널(9인치 이상)을 만들었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추격하려 했다. 2017년 세계 최초로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OLED 패널을 개발했다.
잉크젯 프린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력하는 증착 방식 대비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판에 직접 OLED 소자를 인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진공 증착보다 20~30% 저렴하게 패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 수율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량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일부 모니터 패널에 탑재했지만 궁극적인 기술 허들을 넘지 못했다.
고객 납품 주기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생산성을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기업과 추진한 차량용 OLED 패널 공급 프로젝트도 디스플레이 시장 악화와 자금 부족으로 결국 무산됐다.
JOLED 파산으로 일본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 주도권 회복에도 실패했다. 현재 JDI가 소형 OLED를 생산하고 있지만 일부 워치용 패널을 제외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1983년 세계 최초로 액정표시장치(LCD)를 개발한 일본(세이코엡손)은 우리나라와 중국에 패권을 넘겨줬다. OLED 역시 소니가 2007년 OLED TV를 처음 상용화하며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시장의 95%(TV 등 대형 디스플레이 기준)를 한국이 점유하고 있다.
원천 기술에서는 일본이 앞섰지만 제조 기술에 투자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OLED 시장을 개척해서 성과를 올린 것은 삼성과 LG다.
권장혁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일본은 전자산업 전체가 기울다 보니 대규모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며 “JOLED로 뭉쳐 잘해보려 했지만 글로벌 대형 고객사 수주도 없는 데다 OLED 성패의 핵심인 대규모 투자도 하지 못해 결국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처럼 LCD로 수익을 거두고 이를 OLE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시장 주도권을 놓치면 일본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OE 등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 OLED 왕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이 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만큼 기술 초격차 실현과 선제적인 투자 확대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중국의 기술 탈취로 우리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면서 “추격이 어려울 정도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폴더블·투명·스트레처블 등 혁신 기술을 지속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업체별 대형 OLED 패널 점유율]
자료=옴디아, 매출 기준, 대형 OLED=9인치 이상 TV·모니터·노트북용 패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