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터리 산업을 아우르는 단체가 우리나라 주도로 만들어진다. '세계배터리산업협회(가칭)'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 등 각국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는 있었지만 배터리 분야 글로벌 산업 단체가 생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해외 단체들과 '세계배터리산업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협회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전지협회와 협력해 올 상반기에 창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세계배터리산업협회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협회는 최근 개최한 총회 자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올해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공유했다.
글로벌 협회 설립은 전 세계 이차전지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녹색 성장 기조와 환경 규제 강화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또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림에 따라 산업 안정성과 지속 성장성 확보를 위해 모색됐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도로 논의가 시작됐으며, 해외 협회·단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2011년 배터리 산업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올해 전지산업협회에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신임 협회장으로 선임했다.
세계배터리산업협회가 출범하게 되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활동은 물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배터리 통상 이슈에 대한 통합 대응도 구상하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대표 단체로서 각국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입안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는 미래 친환경을 구현할 핵심 부품이자 기술로 꼽힌다. 배터리가 없으면 내연차를 전기차로 전환하지 못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도 제대로 쓸 수 없다. 배터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배경인 가운데 산업계가 뭉쳐 한목소리를 내게 될지 주목된다.
초대 회장으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LG·삼성·SK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위상도 커 국내 협회에서 초대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철강 산업과 같이 글로벌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가 생기는 건 환영할 일”이라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동력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