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만화 '검정고무신' 불공정계약 진상조사 착수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왼쪽 네번째)이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만화 검정고무신 사건 진상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체부 김수현 예술인지원팀장, 이은복 예술정책관, 임성환 저작권국장.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왼쪽 네번째)이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만화 검정고무신 사건 진상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체부 김수현 예술인지원팀장, 이은복 예술정책관, 임성환 저작권국장.

문화체육관광부가 故 이우영 작가 만화 '검정고무신' 불공정계약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검정고무신' 사태를 계기로 만화 표준계약서와 저작권 제도 전반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30일 브리핑을 갖고 '검정고무신' 관련 계약의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해 문체부 내 특별조사팀을 설치해 전면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만화가협회는 문체부 예술인 신문고를 통해 검정고무신 계약이 예술 자유 침해 및 불공정 행위로 원작자 권리를 침해했는지 조사해달라고 신고했다.

故 이 작가 측은 만화 '검정고무신' 지식재산(IP)으로 성사된 사업이 77개 이상인데 원작자가 15년 동안 받은 저작권료는 1200만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생활고로 이어졌고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 됐다고 부연했다.

문체부 특별조사팀은 만화가협회 신고 내용을 토대로 출판사 현장 조사, 계약문건 일체 열람, 계약상대방 진술을 포함한 관계자 출석 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팀에는 문체부 예술인 권리보장, 저작권, 만화, 출판 관련 부서 관계자가 모두 참여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공공기관과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 참여도 추진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특별조사팀 조사결과 불공정행위 등 권리보장법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출판사에 시정명령, 수사 의뢰 등 필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불공정계약 강요 사안이 발견되면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 후속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검정고무신'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만화 표준계약서 초안도 재검토한다. 만화가협회는 표준계약서 개정 과정에 창작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은 “문체부가 개정 중인 표준계약서상 창작자에 불리한 내용, 불공정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다시는 불공정계약으로 인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체부가 공정한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 교육과정에 저작권 교육을 포함해 저작권 계약과 권리 중요성을 미리 학습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체부는 이날 만화 등 창작자와 간담회를 열고 공정한 저작권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효적 내용을 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제정을 통해 창작자와 문화산업 종사가 권리 보장과 보호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는 콘텐츠산업 내 빈번히 발생하는 불공정행위 10개 유형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제재조치 부과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골자다.

문체부는 저작권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제2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 TF를 가동, 창작자가 겪는 저작권 관련 불공정 계약 방지를 위한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한국저작권위원회 산하에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창작자가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열망, 저작권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질 독소조항 그물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검정고무신' 사태 전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 24일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제2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를 위한 창작자·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병수 지역만화단체연합 대표(〃 첫 번째),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 세번째), 백세희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 네번째)와 제2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 TF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 24일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제2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를 위한 창작자·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병수 지역만화단체연합 대표(〃 첫 번째),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 세번째), 백세희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 네번째)와 제2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 TF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