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 또 한번 승기를 잡았다.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안을 놓고 남매가 이견을 보였지만 결국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안으로 결정되면서다. 주총 당일 장녀인 구미현씨와 구본성 전 부회장이 기존 입장을 철회하면서 사실상 구지은 부회장이 승리를 거둔 모양새다.
4일 오전 서울 마곡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금 30억원의 배당안이 통과됐다. 전날까지 장녀인 구미현씨가 배당총액 456억원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변동이 없었지만 주총 당일 구미현씨가 입장을 바꿨다.
아워홈은 현재 구지은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지은 부회장은 20.67%를, 구 부회장과 노선을 함께해온 차녀 구명진 이사는 19.6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456억원 배당금을 요구한 구미현씨는 19.28%를 갖고 있다.
구 전 부회장도 주총 당일 현장에서 주주제안 철회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철회 사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구 전 부회장 2966억원의 배당안을 주주제안 한 바 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주총 현장에서 주주제안건을 철회했고 결과적으로 회사 측 안건 하나만 상정해 가결됐다”고 말했다.
구미현씨가 주총 당일 입장을 철회한 것은 세 자매가 맺은 지분공동매각 협약에 따라 회사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구 부회장의 의견에 동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당으로 오너 일가가 사익 추구에 몰두한다는 여론의 비난도 한몫했다.
아워홈은 지난 2021년 세 자매가 합심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구지은 부회장이 키를 잡았다. 같은 해 아워홈은 영업이익 2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570억원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이전(2019년 679억원)에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오전 본사 앞에서는 아워홈 노조가 거액의 배당금을 요구한 오너 일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아워홈 노조는 “과도한 배당으로 다시 경영이 악화된다면 직원들의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며 “오너일가는 배당 요구를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구 부회장은 연초 '뉴 아워홈' 도약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아워홈은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생산 혁신, 푸드테크 도입, 디지털 역량 강화를 중점 목표로 삼고 실적 개선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아워홈 관계자는 “현재 아워홈 경영진과 전 임직원은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오직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구 전 부회장이 순이익의 10배가 넘는 2900여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하며 사익 추구를 우선하는 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구 전 부회장, 주주제안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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