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1조1505억원 규모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예타사업이 4000억원대로 재정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당초 8개 부처가 참여해 농업, 해양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대규모 범부처 사업이었으나 6개 부처 인체질환 중심 사업으로 범위를 좁힌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이 참여하는 4000억원 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육성 사업이 추진된다. 지난해 1조1505억원 규모로 조성했던 범부처 예타사업이 최종 무산됨에 따라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사업(가칭)'으로 사업 범위와 규모를 조정해 재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 유익균과 유해균 등으로 이뤄진 미생물 집합체를 뜻한다. 화장품을 비롯해 암, 자폐증, 난임, 건선, 장질환, 대사성 질환, 파킨슨,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제 임상이 진행 중이거나 임상 전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국가 차원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기술개발, 시장 육성 정책을 실시 중이다.
국내는 지난해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을 1조1505억원 규모로 꾸렸다. 국가 차원에서 연구기반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 활용도를 높여 관련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 2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전문 연구인력 양성과 핵심기술 확보 등 인프라 구축도 포함했다.
다만 인체질환 외에 환경과 생태계, 농축수산업 등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제기돼 예타심사를 최종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과기부를 중심으로 6개 부처가 다시 국가 차원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 동안 2단계에 걸쳐 총 4000억원 내외로 조성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에서는 임상과 전임상 시료와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자원화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임상 기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유용성분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해당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치료제, 진단기술, 메디푸드를 개발하는 등 임상과 제품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정부 지원 방안이 다시 준비되면서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한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경구용 장염치료제에 대한 승인 결과에 이목이 집중돼있다. 그동안 장 질환용 마이크로바이옴은 직장으로 주입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어서 환자 거부감이 큰 것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알약 형태로 먹는 제품이 FDA 승인을 받으면 대중화에 상당히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병증에 대응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가 올 상반기 중 위암 대상 임상 2상 결과 발표를 앞두는 등 항암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총 10개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건선치료제는 임상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염증성장질환 치료제도 임상 2상 승인 후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천랩을 인수한 CJ바이오사이언스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인체질환 중심 6개 부처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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